거제서 스테고사우루스류 발자국 발견..."기존 예측과 다른 활동시기"

이채린 기자 2024. 10. 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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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청곡리 일대에서 발견된 검룡류 추정 발자국 화석. 뒷발의 발가락이 3개인 검룡류 발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거제시 제공

특정 공룡의 활동 시기를 뒤바꿀 수 있는 화석이 국내에서 발견됐다. 경남 거제시에서 '검룡류'로 추정되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 검룡류는 등에 골판이 있고 꼬리에 날카로운 골침이 있는 초식공룡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테고사우르스'가 대표적인 검룡류 공룡이다. 이번 발자국 화석이 검룡류의 흔적으로 최종 확인되면 쥐라기에서 백악기 초기로 예상됐던 검룡류의 활동 시기가 백악기 후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백악기 후기까지 검룡류 활동 시기 연장될 수도
거제시는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거제시 사등면 청곡리 일대 화석 산지 조사에서 검룡류로 보이는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고 18일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발표했다. 검룡류를 비롯해 목 긴 초식 공룡인 용각류, 하드로사우르스류, 육식 공룡 등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확인됐다. 

검룡류가 걸어간 일련의 발자국인 보행렬도 있었다. 보행렬은 13개의 발자국으로 구성됐다. 조사팀이 이를 검룡류의 발자국으로 판단한 이유는 전형적인 검룡류 발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를 이끈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검룡류는 사족 보행을 했다"면서 "앞발은 뒷발의 절반보다 크기가 작으며 뒷발은 발가락이 3개이고 앞발은 발가락이 5개"라며 "또 앞발은 역삼각형, 뒷발은 반달 모양을 띤다"고 설명했다. 청곡리에서 발견된 검룡류 추정 발자국은 이같은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발가락 개수, 발톱 모양을 잘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청곡리에서 나온 발자국의 윤곽이 뚜렷했다"면서 "발바닥에서 피부 인상까지 보일 만큼 보존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피부 인상은 공룡이 걸어갈 때 남긴 공룡 발바닥 지문으로 특수한 때에만 형성돼 희소성이 높다.  

이번 발견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검룡류의 활동 시기를 늘리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자국이 나온 청곡리는 백악기 후기경 경상남‧북도 지역에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국내 1호 공룡 뼈 박사’인 박진영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쥐라기 후기에 용각류 다음으로 번성했던 검룡류는 백악기로 접어들면서 '곡룡류'에 밀려 쇠퇴했다고 학계에 알려져 있다"면서 "지금까지 검룡류 골격 화석은 백악기 초기 때 것만 발견돼 백악기 초기까지 살았다고 추정됐지만, 청곡리 발자국이 검룡류의 것이라면 검룡류가 백악기 후기까지 살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곡룡류는 온몸이 갑옷과 같이 단단한 골판으로 덮여 있는 공룡이다. 

다만 이번 발견이 국내 최초의 검룡류 화석 발견으로 인정 받으려면 3개월에서 1년 뒤 논문으로 출판되고 학계의 검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 국내 많은 발자국 화석, 공룡 생활상 보여줘

백악기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경남 거제시 청곡리 일대 화석 산지. 거제시 제공

한국은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1982년 경남 고성군에서 대규모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며 본격적인 국내 공룡 연구가 시작됐다. 특히 남해안 일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자국 화석 산지로 유네스코 자연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라있다. 

한국에서 발자국 화석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남해안 지역이 퇴적 속도가 느리고 수심이 얕은 호수의 가장자리였기 때문이다. 뼈 화석은 주로 과거 강이었던 지역에서 발견된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강물에 휩쓸린 공룡이 퇴적되며 화석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발자국 화석은 건기 때 호수에 물을 마시러 온 공룡이 남긴 발자국이 천천히 햇빛에 의해 건조되고 단단해진 다음 우기 때 그 위를 다른 퇴적물이 덮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박 연구원은 "청곡리에서 발견된 발자국을 통해 검룡류는 평소 내륙에 살다가 건기 때 먹을 식물이 부족해지면서 호수로 잠시 내려왔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자국 화석은 공룡의 행동 양식을 알 수 있는 좋은 증거다.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발자국 화석을 분석하면 공룡이 살아 있을 때 뛰었는지, 걸었는지, 싸웠는지, 무리를 지어 살았는지 등 행동 양식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자국의 길이를 알면 발끝부터 골반까지의 높이를, 양쪽 발 사이의 거리인 ‘보폭’을 알면 보행 속도를 유추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한국에서 백악기 생물의 발자국 화석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단일 면적당 공룡 발자국 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남해에서는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되는 등 희귀 화석도 많다"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한국의 고생물학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곡리 일대에서 발견된 검룡류의 보행렬. 거제시 제공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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