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해 주려다 고민에 빠졌다는 글이다.댓글을 보니 안 작아진다는 사람도 있고, 의사 스킬에 따라 다르다는 사람도 있다.

당장에 인터넷만 봐도 흉흉한 괴소문이 마구 떠도는 중인데.. 혼란스러울 왱구님들을 위해, 왱이 의사 선생님께 직접 물었다. 유튜브 댓글로 “포경수술에 따라 성기 크기가 달라지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선 이 논문부터 보자.2005년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 정식 게재된 의학 논문이다. 이 논문 연구팀은 입대 전 신체검사를 위해 지방 병무청을 방문한 젊은 남성 233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포경수술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으로 그룹을 나누고, 각각의 음경 길이를 측정했다.

이때 음경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은 채로 한번 재고, 그 다음 귀두 부분을 잡아당겨 음경을 최대한 늘린 상태의 길이도 확인했다.

그렇게 최종 연구 결과! 유의한 확률로, 포경수술을 받은 그룹이 안 받은 그룹보다 음경 길이가 더 길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렸을 적 아들의 손을 잡고 돈까스 가게를 찾은 부모님들의 선견지명이었나?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 하나 더.이 논문의 결론과 정확히 반대인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이건 베트남에서 2021년에 발표된 논문인데.

여기서는 또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의 음경 길이가 받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2mm 더 짧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점점 혼돈의 카오스다.

두 연구 모두 허점은 있다.발기된 상태가 아닌, 일반 상태의 음경을 최대한 잡아당긴 길이를 쟀다는 것. 통상 우리가 말하는 남성 성기의 기능적 크기는 발기 시까지 포함하는 개념인데, 이 데이터까지는 수집하지 못한 거다.

이런 변수들 때문인지, 해당 연구진들도 통계적으론 유의하지만 임상적으론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쉽게 말해 연구는 연구일 뿐, 현실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경 수술과 성기 크기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많다.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
포피는 따로 노는 거니까 귀두 입장에서 보면, 그거(포피)를 뭐 잘랐다 해서 음경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고 그거는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고···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포경수술 자체보단 오히려 수술 시기가 성기 길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2016년 국내 의료진의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받은 이들은 신생아가 아닌 때에 수술을 받은 이들보다 발기했을 때 음경 길이가 더 짧았다고 한다.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하면 왜 작아질 확률이 더 큰 걸까? 의사들은 구조적 손상을 유력하게 지목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
신생아 스컴(Circumcision)은 예전에 산부인과에서 나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잡아서 바로 잘랐거든 곰코(수술 기구) 이런 걸로. 그러다 보니까 음경 손상도 있을 수 있고 과하게 많이 잘릴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포경수술을 하냐 안 하냐 보다는, 언제 하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 거다.

포경수술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1943년. 그간 포경수술은 위생과 성병 예방 등을 이유로 꼭 해야 하는 의식처럼 됐지만, 요새는 안 하는 사람도 많다.생활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결국 고래를 잡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잡을 계획이라면, 혹은 누군가를 잡게 할 계획이라면,그 시기만큼은 아주 신중하게 고려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