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불 끄려다 더 키우는 대통령실 해명···이번엔 ‘오빠 논란’으로
대통령실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해명이 더 큰 논란을 불러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를 공개한 데 대한 대통령실 해명은 ‘오빠 논란’만 키웠다. 윤 대통령과 명씨가 ‘관계 없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 해명 논란과 함께 오히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은 전날 명씨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메시지에 나오는 ‘오빠’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명으로 인해 ‘진짜 오빠가 누구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는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주장했고(장예찬 전 최고위원), 김 여사와 명씨의 대화는 사적인 것(권영세 의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야당은 “오빠는 누가 봐도 윤 대통령으로 이해된다”며 “김 여사가 직접 답하라”(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오빠 잘했어’, ‘오빠 그만해’ 같은 조롱 섞인 글들이 깔리고 있다”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지지가 약한 상황에서 이런 진실 공방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바이든, 날리면’ 때를 재연시킨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명씨의 거듭되는 폭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던 대통령실이 김 여사 카카오톡 대화엔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한 것을 보면 김 여사가 실질적인 통치자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신속 대응에도 그 오빠가 친오빠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며 “그 오빠가 누구인지 대통령실 말고 김 여사가 직접 답하라”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오빠가 누구냐’가 ‘바이든 날리면’에 이어 두 번째 국민퀴즈”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남편이 ‘오빠’면 바보가 되고, ‘친오빠’면 농단이 된다”며 “오빠가 누구건 본질은 대선조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주요 인물인 명씨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여사가 자신에게 보낸 대화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등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은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실의 지난 8일 해명도 논란을 더 키웠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이 대선 전에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 만난 게 전부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후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여당 인사가 최소 4명(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박완수 경남지사·김영선 전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4명의 인사가 만남 자리에 각각 있었던만큼 최소 4번의 만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핵심이었음에도 윤 대통령과 명씨의 관계만 해명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여사 언급을 하지 않아 오히려 김 여사와 명씨의 관계는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 내부는 대통령실 해명에 부글부글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런 대응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며 “사람들이 믿을 지도 의문이고, 친오빠라고 하면 문제가 안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친오빠가 명씨랑 연락을 한다고 하면, 김 여사가 더 공천이나 국정에 개입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대통령실의 해명을 두고 “이래서 용산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며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지 왜 이렇게 쓸데없이 대응을 빨리 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사실 관계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김 여사에게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는 더 어렵다는 취지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참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없다”며 “윤 대통령 부부도 선거 기간 동안 누구를 얼마나 만났는 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대통령 부부가 직접 결단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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