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尹대통령, 홍명보 선발 논란에 "진상 명백히 밝혀라" 지시…대표팀 감독 거취 위기 '직면'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 과정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성적부진을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천명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대처할지도 초미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축구협회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어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국민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보고 내용에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이 규정대로 이행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축협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절차를 거쳐 홍명보 감독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유 장관의 보고 내용에는 대표팀 감독 선발이 실제 규정대로 이행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내달 2일 오전 10시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현준 감사관이 축구 국가대표 선임 관련 감사결과를 중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날 브리핑 내용은 축구협회 감사 중에서도 대표팀 감독 선정 과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감사결과에는 이번 홍 감독은 물론 지난해 2월 선임돼 1년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하차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도 포함된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임기 중 미국 LA 자택에서 업무를 보는 등 재택 근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이 아시아 중상위권 요르단에 0-2로 충격패하면서 경질됐다.
아직 감사 내용이 밝혀진 것은 구체적으로 없지만 유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감독 선정과 관련해 불공정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홍 감독에게 재선임 과정을 밟도록 할 것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단 감독직에서 도중하차하고 재공모를 통해 다시 선임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유 장관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홍 감독 선임과 관련 "뭐가 됐든 정당한 절차를 통과해서 선임이 되는 것이 좋다"며 "감사를 통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됐다는 것이 확인되면 다시 공정한 절차를 밟게 하는 게 맞다"고 했다.
홍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의 핵심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지난 7월 초 다른 두 외국인 후보자와의 면접을 마치고 온 뒤 심야에 홍 감독 자택 근처 빵집에서 독대(이 이사 주장)한 뒤 감독직을 제안하고 홍 감독이 전격 선임했다는 의혹에서 비롯 된다.
6월 말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가운데 이 이사가 정 전 위원장의 권한을 물려받을 근거가 대한축구협회 정관 등을 봤을 때 부족하다는 게 지난 24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 이사, 홍 감독을 질의응답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동석한 유 장관도 문체위 질문에 비슷한 취지로 답변한 적이 있다.
이 이사와 홍 감독의 독대도 다른 두 외국인 후보와 동등한 조건에서의 면접이 아닌, 사실상 감독직 수락을 위한 부탁의 자리 아니었냐는 게 상당수 축구팬 및 국민들의 의견이다. '홍명보 답정너'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한 문체위의 쏟아지는 질문에 정몽규 회장과 이 이사는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한 상태다.
홍 감독은 자신의 선임 과정에 착오 내지 오차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결격 사유를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했고 성적 부진이 아닌 이 문제로 감독직을 내려놓을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홍 감독은 이 이사와의 독대도 감독직을 부탁하는 자리가 아닌, 정당한 면접 자리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10차 전력강화위에서 자신이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과 함께 위원들의 최다 추천 받은 것을 거론하며 "1위가 아니었으면 울산 감독을 하다가 마음 바꿔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간 "홍 감독 선임 건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유 장관은 26일 처음으로 "그렇게 해야(홍 감독 재선임 과정을 거쳐야) 국민, 팬들이 납득 할 것이며 홍명보 감독도 훨씬 더 정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이 일단 하차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도 풀이된다.
의원들 중에선 홍 감독이 왜 (공동)1위를 했는지 평가기준, 세부채첨표 등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감사 발표를 이틀 앞두고 윤 대통령까지 감독 선임 진상 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홍 감독의 운명이 갑자기 바람 앞에 등불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마침 홍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4차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지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을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했다.
홍 감독은 "나도 답답하다. 특히 이번 국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억울한 것도 있다. 나는 분명히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고,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했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이번에 국회에 가니 내가 들었던 말과 다른 것들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아예 이 부분을 두고 회의록 전체를 협회가 공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다. 10차 회의록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했는데, 10차 회의록이라도 언론에 공개해 평가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투명하게 검증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부분은 협회에서 어떤 식으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투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면서 투명한 방식으로 검증을 받을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이 감독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대부분 납득하지 못하는데다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정 회장과 홍 감독을 질타했고, 이어 윤 대통령까지 공정성을 지적하는 상황을 맞았다.
'월드컵(예선) 코 앞' 논리가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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