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시바 새 일본 총리가 ‘물컵의 반’ 더 채워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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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전향적 태도 주목, 한·일 윈윈 기조 잇고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 더 강화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지난 27일 선출됐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여서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이시바 신임 총재는 다음 달 1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102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202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무르익은 관계 개선 기조가 이시바 총리 취임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한 한·일 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및 재선 불출마 선언에 따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는 결선 투표까지 가는 진통 끝에 총재와 총리 자리를 거머쥐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해 온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에게 뒤진 채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과반 득표로 역전에 성공했다. 무파벌·비주류 출신으로 ‘4전5기’ 도전 끝에 총리 꿈을 이룬 오뚝이 같은 정치인이다.
부친의 고향인 돗토리(鳥取)현에서 1986년 중의원에 당선한 뒤 12선 관록에 빛나는 그는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의 총리 취임을 환영하는 것은 그만큼 건설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한·일 관계를 꼬이게 해 온 과거사 인식에 있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일본에서 보기 드문 기독교 신자인 그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거리를 뒀고, 위안부와 징용 등 과거사 이슈에서 온건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징용 해법으로 3자 대위변제 방안을 제시한 이후 일본의 화답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시바 신임 총리가 어떤 성의를 보일지 주목된다.
더욱이 내년은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지 60주년이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오부치·김대중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바람대로 윤석열-이시바 체제에서 한·일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미래지향적 새 이정표를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다. 윤석열-기시다 체제에서 반쯤 채워 온 물컵의 나머지를 함께 채워 주길 기대해 본다.
방위상 출신의 안보통인 그는 기시다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대체로 계승할 전망이다. 미국의 핵 공유와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발전시키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페루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신임 총리를 첫 대면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한·일 양국의 윈윈 협력을 위한 동력을 잘 살려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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