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기준금리 ‘빅컷’ 인하… 스트레스 DSR 명분 잃나

박지윤 기자 2024. 9.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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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하, 한국 주택 시장 영향 제한적
“정부대출규제, 금리인하보다 영향 더 클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 향방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격에 선반영된 만큼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일부에서는 정부에서 실시 중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금리인하기에는 명분을 잃은 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4.75∼5.0%로 0.5%p 인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는 기존 2.00%p에서 최대 1.50%p까지 좁혀졌다.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빅컷’이 시장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도 오는 10~1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금리 인하는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때 연 2%대까지 떨어졌고, 강남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값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p 내린 것 가지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나라도 미국과 똑같이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0%대로 아주 낮은 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선별적이거나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가계부채 급증과 서울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즉시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추가적인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파급력보다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은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지난 달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나자 정부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결국 정부가 대출을 조여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 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낮춰 거래량은 급감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이자가 낮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유입되는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수도권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은행 진입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스트레스 DSR 2단계가 금리 인하기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대출 금리 중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여 연 이자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제도를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시기에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스트레스 DSR은 금리 인상기를 대비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는 실시할 명분이 없는 정책”이라며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은 대출이 필요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DSR을 실시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반면, 정작 서민 등 실수요자는 대출 한도가 줄고 이자가 올라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초고가 주택 시장은 거래량 자체는 줄더라도 호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상승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대출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수요자들이 거래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렸다고 해서 껑충 뛴 호가에 부동산 거래를 하는 추격 매수를 하기 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투자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DSR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다든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2021년 10월 실거래가 고점을 넘어 신고점을 경신한 지역이나 아파트는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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