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사태' 배드민턴협회 "비방 자제해달라"…문체부와 진실공방[체육계 왜 이러나②]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장 횡령 가능성 제기
협회는 무분별한 비난 놓고 법적 조치 검토
[서울=뉴시스] 하근수 기자 =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삼성생명)의 폭로 이후 크게 휘청이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 금메달로 2008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포디움 정상에 섰다.
여자 단식으로 한정할 경우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에 이어 장장 28년 만에 탄생한 금메달리스트인 만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낭만 있게 끝내겠다"고 약속한 안세영은 결국 금메달을 따내며 한반도를 열광에 빠뜨렸다.
안세영의 올림픽 정복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당시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당해 오랜 기간 시름했다.
스스로는 물론 범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이 결실로 맺은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안세영이 전한 작심 발언이 체육계를 뒤흔들었다.
안세영은 생각보다 심각했던 부상을 털어놓으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걸 막으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협회의 안일한 선수 부상 관리와 더불어 무리한 대회 참가 지시, 트레이너 채용, 단식과 복식 훈련 방식, 체력 운동 프로그램, 올림픽 출전 제한 등을 지적했다.
배드민턴협회는 과거에 있었던 논란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뭇매를 맞았다.
2014년 이용대의 도핑 파문, 2021년 정경은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 의혹 관련 국민 청원 등이 재조명됐다.
결국 파리 올림픽 종료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배드민턴협회와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며 "이번 조사는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정하고, 어느 한쪽에 편향됨 없이 공정함을 원칙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선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체부와 체육단체가 지녀야 할 당연한 자세"라며 "이번 조사의 근본적인 질문은 협회가 선수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라고 전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체육과 체육인을 생각하는 정책이면 되는데 너무 사유화돼 있다.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체육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일 문체부는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 크게 4가지 방향으로 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하면서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정관에 따르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임원이 협회 마케팅 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금의 1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 후원금과 지급금 문제도 있다.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3년 반 동안 40명에 달하는 배드민턴협회 임원의 후원액은 회장의 후원금 2300만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건 회장이 낸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수령한 전무의 개인 계좌에서 회장의 이름으로 대납한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협회 임원들에게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 직무수행 경비, 회의 참석 수당 및 여비는 3억3000만원에 달한다. 3억3000만원에는 논란이 됐던 임원의 해외 대회 참가 항공료, 숙박비, 식비 등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이러한 비용이 얼마인지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문체부는 ▲비국가대표 선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신인선수 계약 관련 연봉 상한 차별 ▲배드민턴협회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 ▲국가대표 후원 물품 관리 부실 및 목적 외 사용 등을 짚었다.
특히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의혹과 관련해서는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기부 및 후원 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 등을 위반했다며 횡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문체부는 "잘못된 건 바로잡고 협회가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달 말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거라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배드민턴협회는 "현재 언론을 비롯해 각 기관에서 협회 정책 및 제도에 대해 전반적 운영 실태를 보기보다 단편적 내용만을 토대로 일방적으로 협회와 배드민턴 조직을 비방하고 있어 전문 배드민턴 선수 및 전국의 동호인에게까지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근거 없는 무분별한 비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드린다. 특히 명확한 근거 없이 한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확한 명예훼손으로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드민턴협회는 ▲선수단 파견 및 훈련에 사용한 총 34억9000만원 예산 ▲후원사 계약을 통한 수익금으로 선수단 대회 파견 및 훈련비 사용 ▲코로나19에 따른 선수단 보너스 규정 삭제 이후 세계 대회 포상금 지출 ▲후원 계약 당시 추가 지원받은 배드민턴용품 배분 등을 밝히며 협회 운영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전했다.
안세영의 폭로 이후 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달 말에 있을 문체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이목이 쏠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hatriker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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