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혈압이나 재고 있을 것인데, 군의관이 뭘 할 줄 안다고 파견하는가"
의료계 "사고 시 책임소재 불분명해 군의관에게 많은 업무 못 줄 것"
"임상 경험 적은 군의관들, 의료사고 두려워 현장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일 것"
"실제 전국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5명에 불과"
정부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충북대병원 등에 4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추가 배치했다. '응급의료 붕괴론'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의료계는 임상 경험이 부족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군의관의 파견은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3일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응급실이 조속히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4일부터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에 군의관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며 "건국대충주병원 운영 제한에 대비해 충북대병원에 군의관을, 충주의료원에 공보의를 배치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으로 지역 응급의료 체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군의관 추가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배치되는 군의관은 강원대병원 5명, 아주대·이대목동병원 각 3명, 충북대·세종충남대병원 각 2명이다. 오는 9일부터는 위험 기관 중심으로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군의관의 의료 현장 파견을 놓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 현장에 배치된 군의관과 공보의 대부분은 본인의 전공과 맞지 않는 진료과에 파견돼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기준 전국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짧은 임상 경험과 의료사고 리스크도 발목을 잡았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데일리안에 "군의관 파견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실제로 몇 달 동안 군의관과 근무를 했었는데 조금이라도 위험도가 있는 시술은 안 하려고 한다"며 "군의관 특성상 임상 경험이 많지 않고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걱정되다 보니 상당히 수동적으로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필수 의료는 이제 끝났다. 응급실부터 의료 붕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올해 중 의료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으며 의료 붕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빅5 병원에 교수로 재직 중인 부원장급 의사도 "혈압이나 재고 있을 것인데 도대체 군의관들이 무엇을 할 줄 안다고 파견하는지 모르겠다"며 "또 그들은 원래 쓸모없는 사람들인가? 군의관 인력이 군대에서 빠져 나오면 군대는 당장 어떡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 교수를 대상으로 '군의관 파견의 실효성' 관련 설문조사를 했더니 반반 정도의 의견이 나왔다"며 "군의관에게 의료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만한 일을 시키고 있지 않고 있다. 군의관은 파견된 신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책임질 소재가 불분명하므로 이들에게 많은 업무를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사고 사법리스크에 대해 전격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정부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2월 1주) 일평균 응급실 내원 환자는 1만7892명이었으나 8월 3주 1만9783명으로 증가했다. 8월 4주엔 1만7701명으로 감소했고 8월 5주에는 1만6423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는 평시 8285명이었으나 8월 3주 8541명으로 증가했다가 8월 4주 7566명으로 감소했고, 8월 5주에는 6967명으로 줄어들었다. 응급실도 전체 409개 중 99%인 406개소가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지난 2일 기준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5925개로 평시 6069개의 97.6%가 가동 중이다.
박 차관은 "현재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진 이탈 등으로 대응 역량이 줄어들어 평시 진료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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