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인 딥페이크' 실제 피해 확인돼... 여군을 '군수품' 칭하며 성착취물 합성

이현주 2024. 8.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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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에서까지 여학생의 얼굴 사진을 나체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가 발생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된 가운데, 현역 군인들도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현역 군인들이 여성 동료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 방식으로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 및 공유한 정황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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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얼굴에 나체 사진 합성해 공유
'대기방'에서 현역 군인 입증 요구
피해 여군 개인정보 유출 정황도 
여군들 "가해자 누군지 몰라 공포"
게티이미지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에서까지 여학생의 얼굴 사진을 나체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가 발생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된 가운데, 현역 군인들도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채팅방에서 실제 피해를 당한 전직 군인의 사례도 확인됐다.

현역 군인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군을 '군수품'으로 지칭하며, 딥페이크 범죄에 사용할 피해자 사진을 요구하는 것을 '상납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엑스 캡처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현역 군인들이 여성 동료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 방식으로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 및 공유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 채팅방에서는 여군을 '군수품'이라고 지칭하면서 여군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소속, 계급, 나이와 함께 군복 사진과 일상 사진을 요구했다. 또 해당 단체 채팅방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채팅방 참가자가 현역 군인임을 인증하도록 했다.

이 같은 '대기방'에서 본인이 현역 군인임을 인증하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단체 채팅방으로 입장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방 참가자는 92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군인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군수품 창고 대기방' 참가자가 92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역 여군들은 직접 텔레그램에 접속해 자신이 성착취물 제작의 피해자인지 확인하거나, 동료 군인들 중에 피해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현역 군인인 A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제작된 여군 성착취물을 확인해 보니 피해자 얼굴, 이름, 소속, 사단 마크까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 피해자는 수년 전 자신의 사적 SNS에 올린 정복 사진이 성착취물에 활용된 사실을 실제로 확인했다. 이미 전역한 B씨는 "해당 착취물에 내 이름과 성희롱 발언이 적혀 있었고, 이를 본 군동기가 연락을 해와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B씨는 "과거 사진을 누군가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성착취물을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여러 사람이 해당 착취물을 접했을 거라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움츠러들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그간 군대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2차 가해자, 피해자 등이 명확하게 드러난 경우였는데, 이번 사건은 내가 피해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가해자 정체도 알 수 없어서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어 A씨는 "가해자가 내가 믿고 존경하는 선임인지,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동료인지, 아니면 병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료들 사이에서 '출근하기가 두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딥페이크 성범죄로 대학생과 중·고교생, 교사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SNS에는 100곳이 넘는 피해자 소속 학교 명단이 퍼지고 있다. 일부 학교 학생 자치회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딥페이크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공지를 내고 학생들에게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 사진을 내릴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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