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가짜 아니냐고?...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가 팬과 만나는 방법은

2025. 3. 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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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플레이브 데뷔 2주년 팝업 스토어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설치된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 데뷔 2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에 플레이브 멤버들이 나오는 액자와 대형 케이크가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가 데뷔 2주년을 맞이했다. 이달 중순 플레이브 데뷔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팝업스토어 ‘해피 플레이브 데이(Happy Plave Day)’ 온라인 사전 예약에는 무려 2만 5,000명이 몰리며 2시간여 만에 마감됐다. 행사가 열린 롯데백화점서울 월드타워점 팝업 스토어 근처는 모두 플레이브로 래핑됐다. 여전히 가상 아이돌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팬덤의 만족도와 대중 인지도를 동시에 공략하고자 하는 접근이었다. ‘어차피 가짜 아니냐’는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한길을 걸어온 이들이 만든 뱃심 두둑한 걸음이었다.


대형 팬덤 갖춘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콘서트 현장. 블래스트 제공

2022년 활동을 시작해 이듬해 3월 12일 첫 싱글 ‘아스테룸(ASTERUM)’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한 플레이브는 어느 새 앨범 발표 첫 주에만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대형 팬덤을 갖춘 그룹이 되었다. 음원 차트 1위, 음악 방송 1위, 남성 버추얼 아이돌 최초 단독 콘서트 개최 등 데뷔 후 이들이 만들어낸 기록은 한국 버추얼 아이돌 성장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플레이브는 대중에게 익숙한 K팝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버추얼 아이돌 입문의 문턱을 한껏 낮춘 것으로 유명하다. 지상파 음악방송과 라디오의 지속적인 출연,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실시간 라이브 소통 방송, 오프라인 단독 콘서트와 영상통화 팬 이벤트 등. 플레이브의 활동 반경과 이력을 보고 있으면 멤버들의 모습만 캐릭터일 뿐, 일반적인 K팝 아이돌 그룹과의 차별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성행하는 팝업 스토어는 이렇듯 플레이브의 강력한 콘텐츠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이다. 팝업 스토어에는 보통 ‘본체’가 없다. 본체를 바탕으로 한 ‘체험’을 중심으로 오히려 그 경험이 다양하고 입체적일수록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K팝 아이돌은 덕분에 팝업 스토어의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플레이브는 거기에서 한 번 더 방향을 튼다. 아이돌 그룹이지만 아무래도 다른 팀과는 조금 다르고, 실체가 있지만 또 없기도 하다. 소속사 블래스트에서 직접 운영하는 상설 카페 'ASTERUM 433-10'은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탄생한 결과다.


가상이 흥할수록 오프라인도 중요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플레이브 팝업 스토어에서 한 여성이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플레이브의 데뷔 2주년 팝업 스토어는 그렇게 주어진 운명을 ‘오히려 좋아’ 정신으로 타개한 장소였다. 팝업 스토어의 중심에 놓인 대형 생일 케이크는 크기가 주는 압도감에 더해 케이크에 놓인 장식 크림 하나하나에 멤버들이 숨어 있었다는 비하인드 설정으로 팬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사로잡았다. 기념일을 축하하는 멤버들의 마음은 모두 손글씨로 쓰였고, 인상적인 장면으로 지난 2년을 돌아보게 한 타임라인 연출도 꼼꼼했다. 아이돌 팬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홀로그램 포토존 운영도 눈에 띈다. 멤버와 함께 찍는 사진 이벤트와 네 컷 프레임 촬영을 결합한 형태의 촬영은 탁월한 모션그래픽 기술로 지금의 플레이브를 만든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념품 판매가 팝업 스토어의 주요 목적이자 수입원이라는 걸 외면할 생각은 물론 없다. 실제로 앞서 언급된 환경을 전부 체험한 팬들은 이번 행사에 처음 공개된 플레이브 멤버들의 캐릭터 인형 ‘므메미무’가 쌓인 곳으로 순식간에 달려갔다. 현실에 남는 건 물건이지만, 거기엔 보이지 않는 기억도 함께 남는다.

팝업 스토어 방문일이 마침 2주년 당일이었던 탓에 2층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추는 플레이브와 팬들의 축하 광경을 실시간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평일 저녁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직접 보고 느끼고 만져보는 것만큼 낯선 대상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빠른 방법은 없다. 가상이 흥할수록 오프라인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실마리가 잡혔다.

김윤하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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