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베이징 비키니'도 골치…"근육질이어도 벗지 마" [세계한잔]

임선영 2024. 8.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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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여성 아네트 켈로우는 요즘 집 근처 공원을 걷다 종종 눈살을 찌푸린다. 기온이 올라가면 웃통을 벗은 남성들이 운동하거나 벤치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홀로 길거리를 걷다가 윗옷을 입지 않은 남성 무리를 보면 겁이 나 움츠러들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현지 언론에 "그들은 자기 집처럼 편안해 보이지만,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전혀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브리지에서 웃통을 벗은 남성(왼쪽)이 일행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더 선 홈페이지 캡처

英 국민 75% "용납 못 해"…女 "이중 잣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채 길거리나 공원 등을 활보하는 남성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찌는 듯한 무더위를 탓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해변·수영장이 아닌 공공장소에서의 상반신 노출에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메트로·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기온이 높아지면 공공장소에 상의를 벗은 남성들이 나타나는 게 영국에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배가 나온 남성들만이 아닌, 근육질의 남성들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상반신 노출은 무례한 행동(데일리메일)"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런던에서 한 남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더 선 홈페이지 캡처


이들 '웃통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글로벌 조사업체 퍼스펙터스 글로벌이 영국인 2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해변이나 수영장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남성이 윗옷을 벗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76%)뿐 아니라, 남성(72%)도 부정적인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는 '길거리 등에서 남성의 상반신 노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고, 22%는 '그런 남성들에게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여성 응답자들은 "남성들만 길거리에서 상의를 벗고 다니는 게 용인되는 건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만약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하면 사방에서 눈총과 음란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란 이유다.


中, '베이징 비키니족' 활보…벌금 물리는 나라도

중국에서도 올 여름 윗옷을 가슴까지 말아 올리고 배를 내놓은 채 거리·공원을 다니는 남성들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서구에선 이런 복장을 가리켜 '베이징 비키니'라고 부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이징 비키니가 "중국에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확실한 신호"라고 했다.

중국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윗옷을 가슴까지 말아 올려 배를 노출하는 이른바 '베이징 비키니' 복장이 논란이다. 사진 레딧 캡처
중국에선 윗옷을 가슴까지 올려 배를 노출하는 '베이징 비키니' 복장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진 CNN 홈페이지 캡처


중국 식당·카페에선 종종 상의를 벗고 음식을 먹는 고객과 말리는 직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윗옷을 벗고 운전하는 택시 기사에 놀란 승객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내에선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런 현상을 두드러지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의 해안 도시 말라가는 '길거리 웃통남'들이 늘자 지난해부터 750유로(약 1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메트로지에 따르면 영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선 항상 상의를 입으라'는 문구를 곳곳에 붙였다.

스페인의 말라가 곳곳엔 영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상의를 꼭 입어 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 메트로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의 해변 도시 니스는 올해 유독 윗옷을 입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프랑스인들과 관광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니스는 1999년부터 '해변이 아닌 공공장소에서의 상의 탈의'를 금지하고 35유로(약 5만원)의 벌금을 내게 한다. 그런데도 올해 부과된 해당 벌금 건수가 이미 지난해 총 벌금 건수를 넘어섰다. 파리 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니스의 이런 규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노르웨이에서 온 두 남성 관광객은 "우리나라에선 윗옷을 입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영국인 관광객은 "식당 같은 실내에선 입어야겠지만, 날도 더운데 야외에선 왜 꼭 입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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