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벌레'로 일주일만에 음식물쓰레기 깨끗이 없앤다
동애등애는 배합사료 재료로, 분변토는 과수농가 거름으로 나눠줘
"날아가는 파리만 봐도 암놈인지, 수놈인지 알아맞힐 정도"
"전국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 뉴트리인더스트리 시스템 공급이 꿈"
일주일 만에 음식물쓰레기를 벌레가 모두 먹어 치우고, 벌레는 가축 사료가 되어서 단 한 줌의 폐기물도 남지 않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친환경 기업 뉴트리인더스트리 이야기다. 뉴트리인더스트리는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업체로부터 하루 15t의 분쇄·가열·살균된 음식물쓰레기를 넘겨받는다. 이 음식물쓰레기는 뉴트리인더스트리가 투입한 균주에 의해 발효된 후 부자재와 배합돼 검은병정파리의 유충인 '동에등애'에게 먹이로 준다.
음식물쓰레기 100t 벌레에게 먹이면 벌레 20t, 분변토 25t 남아
7일 후 15t의 음식물쓰레기는 모두 사라지고, 3t의 동에등애와 3.75t의 분변토(동에등애의 똥)만이 남게 된다. 동에등애 98%는 분말로 가공돼 배합사료의 주재료인 어분의 대체재로 사용되고, 2%는 번식을 위해 보존·배양된다. 분변토는 과수농가 등에서 거름으로 쓰기 위해 가져간다.
홍종주 뉴트리인더스트리 대표는 "음식물쓰레기는 80%의 폐수와 20%의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 한 방울, 한 조각도 남김없이 일주일 만에 100% 벌레가 먹어 치운다"면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덩치가 500배로 커진 동에등애 중 2%만 성충으로 부화시켜 20%와 알을 낳게 한다"고 설명했다.
뉴트리인더스트리는 지방 함유율을 높인 동에등애 분말을 국내 20여개 양돈농장과 사료업체에 납품한다. 현재는 수산양식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어분 대체재로 동에등애 분말을 납품하기 위해 물량과 단가를 협의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에 공장이 있는 뉴트리인더스트리의 핵심 기술은 동에등애의 배양과 동에등애가 음식물쓰레기를 더 빨리, 더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엄청난 분량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과 벌레가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한다는 기사를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동에등애에 관심을 갖고, 동에등애를 배양하기 시작했다. 우선 집 안에 음식물쓰레기를 늘어놓고 파리를 불러들였다. 그러다 알을 낳으면 그걸 키웠다. 처음에는 동에등애인 줄 알고 똥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를 배양해 온 집 안에 구더기가 넘쳐나기도 했다. 동에등애를 찾기 위해 경남 창원시 집에, 야산에, 5평짜리 컨테이너 안에 음식물쓰레기를 흩어놓고 날아든 파리가 낳은 유충 중에서 동에등애 알만 골라내야 했다.
美 바이오컨버전 전문가 무작정 찾아 "기술 사용 허락해달라, 떼썼다"
결국 동에등애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동에등애에 의해 음식물쓰레기가 완전히 분해(바이오컨버전)되는 기술로 2016년 뉴트리인더스트리를 창업했다. 그러나 동에등애의 대량 번식이 어렵고, 음식물쓰레기 분해 속도도 흡족하지 않았다.
더욱 발전된 기술 습득을 위해 2017년 곤충학자인 제프 톰벌린 미국 텍사스 A&M 대학 교수를 찾아갔다. 홍 대표는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가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면서 "며칠 제프 교수의 근처에 머물며 함께 맥주도 마시면서 벌레 사랑에 대한 열정 등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제프 교수가 비교적 적은 비용을 받고도 동에등애 사육방식에 대한 기술 이전에 동의해줬다"면서 "제프 교수에게 여러 조언도 듣고, 논문도 섭렵했지만, 동에등애를 대량 배양·생산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맥주 찌꺼기를 주식으로 하던 검은병정파리가 한식 음식쓰레기를 먹도록 만들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날아가는 파리만 봐도 똥파리인지, 검은병정파리인지, 암놈인지, 수놈인지 알아맞힐 정도가 됐다"면서 힘들었던 과정을 고백했다.
동에등애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과정에서 동에등애의 식성을 완전히 파악했고, 그 과정에서 동에등애의 식욕을 자극하기 위한 레시피도 64가지나 개발됐다. 동종 업체들은 음식물쓰레기를 완전히 분해하는데 2주가 걸리지만, 뉴트리인더스트리가 1주일 만에 완전 분해하는 비결이 여기 있다.
하반기 100억~2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아 음식물쓰레기 처리 규모를 100t 정도로 늘리고, 다른 처리업체에 설비 판매와 위탁운영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전국에서 하루 1만5000t가량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는데 연간 1조원이 든다"면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음식물쓰레기가 자연 분해되는 뉴트리인더스트리의 시스템을 전국의 모든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 공급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내시장이 글로벌"이라면서 "음식물쓰레기가 사라지는 모습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한국에서 음식물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상사 면전에 대고 "17년차 월급이 신입보다 낮아"…요즘 뜬다는 '서비스' - 아시아경제
- 촉법소년이 온다…당신과, 나의 아이에게 - 아시아경제
- '바람 피우냐' 오해받기도…1년만에 꽃미남 된 남편, 비결 알아보니 - 아시아경제
- "너무 속상해요" 난리난 육아맘들…문희준·소율 딸도 인스타 계정 정지 - 아시아경제
- 대표 성추행 폭로한 걸그룹 멤버…소속사 "사실무근" 반박 - 아시아경제
- "이러다 지구 멸망하는 거 아냐?"…올해만 3번째 발견된 '이 물고기' - 아시아경제
- "군대 안 갈 건데"…식단표까지 만들어 102㎏ 살찌운 20대 집행유예 - 아시아경제
- 장 막고 배에 '찌꺼기' 가득차게 한 '제철 과일' - 아시아경제
- 도쿄·오사카는 이제 한물갔다…쌀쌀해지자 인기 폭발한 日 관광지는 - 아시아경제
- "AI 아바타와 공존하는 에스파, 그 자체가 혁신"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