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韓中 교류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8.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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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베이징 특파원으로 현지 인터뷰를 추진하다 보면 한·중이 요즘 서로에게 얼마나 냉랭한지 체감한다.

올해 들어 50곳 넘는 중국 기업 대표들에게 인터뷰 요청서를 보냈지만, 단 두 곳에서 답장이 왔다. 한 곳은 실무자가 나와서 30분 동안 회사 홍보를 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자기네 대표가 하는 사흘짜리 유료 강연을 들으라고 요구했다.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보낸 중국 계정은 어떤 이유로 사용 금지됐다. 지난달에는 1년이 걸려 성사된 인터뷰가 이틀 전에 취소되기도 했다. 한국 언론에 실리는 중국 유명 인사 인터뷰는 ‘우연한 만남’과 ‘간절한 설득’, ‘비싼 밥’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한국 독자들이 알 만한 중국 인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정도이고 나머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 취급을 받는다.

최근에는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인사와 중국 문화·예술계 명사들의 만남을 도울 일이 있었다. 한·중 친선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명 화가·배우, 전시 기획자, 패션지·연예기획사 대표 등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꽤 많은 이에게 연락했는데, 수락한 사람은 20% 수준이었다. 게다가 안 좋은 한·중 관계 때문인지 양측 모두 반응이 냉랭했다. 중국 측 인사들은 “굳이 안 만나도 되지만, 이 기자 얼굴을 봐서 참석하겠다”고 했다. 한·중 양측 모두 시혜(施惠)한다는 태도로 나왔으니 이 자리에서 빚진 사람은 다리 역할을 한 필자뿐이었다.

한국은 중국에 관심 없고, 중국은 한국에 무심하다. 정치·경제·문화 등 전(全) 분야에서 이러한 기조가 드러나고 있다. 서로 만나면 얼굴 붉힐 일만 늘어나고, 손에 쥐는 이익은 작다는 인식이 어느새 양국에 뿌리 내린 것이다. 한·중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 기업의 한국 사업 담당 직원은 “한·중 관계는 ‘애증’과 ‘이혼(사드 사태)’ 과정을 지나 ‘무관심’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특별 대우’하던 시기가 지나간 건 당연한 측면이 있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중의 정치·외교 차이가 부각됐고, 경제는 상호 보완 구조에서 경쟁 관계로 변했으며, 청년층의 문화 공감대가 약해졌다. 2016년 사드 사태, 2020년 코로나 확산, 지난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중·러 밀착은 양국 관계에 두꺼운 얼음 벽을 쌓았다.

그러나 한·중 관계 단절을 피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대북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 안정 유지를 위해, 중국은 미·중 경쟁 속 심화하는 고립을 피하고 산업 협력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한국과 손잡아야 한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한·중을 잇는 노력이 중단되어선 안 된다. 한·중 교류의 비용이 더 비싸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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