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공시해놓고 이행률 고작 5%?...‘논바인딩’에 발목 잡힌 케어젠

최근 1년 불성실공시 벌점 누계 11점
공시 대비 계약 이행률 5% 그치기도

2024 도쿄 코스메박람회에 참가한 케어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펩타이드 기반 전문 테라피(필러)·화장품 판매 업체 케어젠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이유는 단일판매·공급계약 금액 100분의 50 이상 변경 2건이다. 과거 공시에서 밝혔던 계약 규모와 실제 이행 수준에 차이가 커 투자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어젠은 수년째 비슷한 내용으로 벌점을 받고 있다. 최근 1년 누적 불성실공시법인 부과벌점은 11점으로, 거래 정지 사유(1년간 벌점 15점)에 근접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과정에서 케어젠의 2016년 6월 2일과 6월 22일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를 문제 삼았다. 케어젠은 2016년 6월 2일 탈모 방지·발모 촉진용 헤어 필러 등의 일본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상대방은 크레아티오(CREATIO Corporation)로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밝힌 정정 공시에 따르면 실제 계약 이행률은 23.5%(60억원)에 불과했다. 6월 22일에도 같은 거래 상대방과 95억원 규모 신제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이행률은 5.3%(5억원)에 그쳤다.

지난 1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케어젠의 2017년 11월 2일 공시를 문제 삼았다. 당초 케어젠은 84억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진행된 계약 규모는 15억원으로 이행률은 18.8%로 나타났다.

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건 케어젠이 2016년과 2017년 공시한 과거 계약 대부분이 ‘논바인딩(non-binding)’ 형태인 탓이다. 논바인딩 계약은 말 그대로 구속력이 없는 계약이다. 계약 규모가 1조원이 넘더라도 실제 계약금은 고객사 발주량에 따라 확정된다. 고객사가 원하지 않는다면 계약 규모는 0원이 될 수도 있다. 업무협약(MOU) 수준의 계약으로 판단하면 이해가 쉽다. 케어젠 측은 현재는 논바인딩 계약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 논바인딩 계약 건이 남아 있어 추가적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