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프로 해상도 6배 높일 퀀텀닷 디스플레이, 韓 부부 공학자가 개발

이종현 기자 2024. 8.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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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UNIST)·양지웅(DGIST) 교수 부부
나노입자 석학인 현택환 IBS 단장 제자
이중층 건식 전사 패터닝 기술로 제작한 고해상도 다색 패턴과 대면적 패턴의 모습./최문기 UNIST 교수

부부 공학자가 초고해상도와 발광 효율을 동시에 높인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애플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인 비전프로보다 6배나 되는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몸에 장착하는 작은 디스플레이에서도 생생한 화면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문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양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 공동 연구진은 양자점 디스플레이 패터닝(인쇄)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실렸다.

모바일과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가 발전하면서 AR(증강현실)과 VR 디스플레이를 위한 초고해상도 발광소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손목이나 눈가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가 작기 때문에 초고해상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진은 양자점 나노 입자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 물질로 보고 발광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양자점은 수백~수천개의 원자로 이뤄진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결정체로 스스로 빛을 낸다. 이미 양자점은 디스플레이가 큰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에 들어갔다.

문제는 작은 디스플레이에 쓰기 위한 초고해상도와 발광효율을 동시에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도장처럼 양자점 잉크를 찍어서 기판에 옮기는 건식 전사 패터닝은 초고해상도 픽셀 구현은 가능하지만, 발광효율이 5%에 미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건식 전사 패터닝에서 발광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건식 전사 패터닝은 공정 중 스탬프(도장)로 잉크 박막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 압력에 의해 양자점과 함께 전류를 전달하는 나노입자가 빽빽하게 모인다. 연구진은 스탬프 압력을 높여 나노입자 층과 양자점 발광층을 한번에 옮겨 입자 밀도를 높이고, 불순물인 내부 기공을 없애는 식으로 전류를 쉽게 흘릴 수 있었다.

새로운 공정을 활용해 만든 양자점 발광소자는 최대 23.3%의 외부양자효율(EQE)을 보였다. 외부양자효율은 전류를 흘려 넣어준 전자가 빛을 내는 광자로 변환되는 효율을 말하는데, 23.3%는 최대 이론효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진이 이 방식을 이용해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 수준인 2.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초박막 QLED 소자를 제작했다. 해상도는 2만526PPI(인치당 픽셀수) 수준으로 애플 비전프로 해상도의 6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반복 인쇄를 통해 가로·세로 8㎝의 대면적화에도 성공했다. 최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훨씬 더 선명하고 실제와 같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양자점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더 가까워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최문기 교수와 양지웅 교수는 부부 사이로 현택환 단장의 제자이다. 두 교수는 지난 4월에도 양자점을 이용해 세계 최고 성능의 스트레처블(stretchable·신축성)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남편인 양 교수가 발광 소재를 합성하면, 최 교수 연구실에서 그 소재를 가지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식으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양자점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부부 공학자가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최문기(오른쪽) UNIST 교수와 양지웅 DGIST 교수는 양자점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현택환 IBS 단장의 제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양자점을 연구하는 부부 공학자다./최문기 교수

최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말에 집에서도 연구나 실험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일곱 살인 첫째 딸도 연구 용어를 알아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자소자는 비가 올 때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데, 첫째 딸이 이걸 알고 비가 오는 날이면 ‘이모, 삼촌들한테 소자 만들지 말라고 하면 안 되냐’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 교수와 양 교수는 지난 4월 발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와 이번에 발표한 초고해상도 발광소자를 접목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추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함께 상용화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교수는 “연구 결과를 보고 해외 기업들이 협력하자는 연락이 많이 오지만, 한국이 디스플레이 선두 주자인 만큼 국내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Photonics(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66-024-01496-x

Nature Electronic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928-024-0115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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