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인 있었을까···‘대만 출장중’ 류지현 전 감독도 켈리와 고마움을 주고 받았다
케이시 켈리가 2019년부터 5시즌 반 동안 함께한 LG를 떠나며 남긴 것이 외인투수 레전드급 기록만은 아니다. 켈리는 KBO리그 역사에 없던 이별 여운을 남겼다. ‘결별 통보’를 받고도 지난 20일 등판한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뒤에는 잠실구장이 빗물 반, 눈물 반으로 젖기도 했다.
특정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주변 누구에게나 한결같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면을 크게 본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어두운 부분을 더 부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켈리는 적어도 LG 트윈스 현장과 프런트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같은 사람’이었다. 최고의 ‘워크에식’으로 팀에 헌신한, 또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자기 역할에 공백을 만들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외국인투수였다. 아쉬움이라면 올시즌 구위 저하로 LG의 에이스 갈증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뿐이었다.
켈리는 LG를 떠나면서도 보기 드문 풍경을 만들었다. LG 전 사령탑인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대만 출장 중 켈리 소식에 급히 구단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내가 고마워했다는 것도 꼭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류지현 위원은 야구대표팀 수석코치로 오는 11월 대만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 전력분석차 대만 출장 중 켈리가 LG에서 마지막 등판을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급히 구단에 전화를 했다.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다니면서는 선수들과 만날 기회가 앞으로도 있지만, 켈리와는 혹여 간접적으로나 고별인사를 나주지 못할 수도 있어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특정팀을 떠난 감독이 해당팀 외국인선수가 떠나는 순간, 이렇듯 직접 나서 마음을 나누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인사를 받고도 경황없다는 이유로 응답하지 않을 켈리 또한 아니었다.
켈리는 통역과 구단 관계자에게 류 위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Tell him thank you! And my best years were with him”이라는 문구로 “감독님 감사합니다. 저의 최고 시즌은 감독님과 함께한 때였습니다”는 내용을 담았다.
류지현 위원은 지난 22일 전화로 켈리와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한 묻자 켈리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외국인선수들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다. 계약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데 켈리는 늘 팀에서의 역할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켈리가 출산 휴가도 포기하고 마운드에 섰던 일화를 포함해 켈리와 함께한 2022년 플레이오프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LG는 1차전을 이기도도 2~4차전을 내리졌다. 류 위원에게도, LG 관계자, 팬 모두에게 아픈 시리즈였다. 류 위원이 굳이 상처 남은 시리즈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켈리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켈리는 1차전 이후 사흘만 쉬고 팀이 절박해지자 4차전 선발로 다시 등판했다. 그 과정에서 켈리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결과가 너무나 아쉽고 죄송한 시리즈였지만 그때 켈리 마음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켈리라면 누구에게도 물어도 같은 얘기가 나온다. LG에는 외국인 에이스 이상의 그 무엇이었던 선수···.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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