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흡연장면이 문제?…"수십년 전 만화책 화형식 떠올라"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최근 만화가이자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5’에 출연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한 시민의 신고로 과태료가 부과되었고, 이에 더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속 흡연 장면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박연진(임지연), ‘이두나!’의 이두나(수지)처럼 흡연 장면이 화제가 될 때마다 이런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TV와 OTT 콘텐트 간 규제의 불균형을 거론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의 모방 우려도 단골 레퍼토리로 제기된다.
반면 콘텐트 표현에 대한 제한은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론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장면들을 감추고 ‘무해한’ 표현만 미디어에 노출된다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운 영역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금지된 표현이 늘어갈수록 콘텐트가 가진 상상력은 필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영화, 음반,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심의 제도가 오래전 위헌 결정을 받고 사라진 이유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도 음주나 흡연을 다룰 때는 미화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할 뿐, 그 행위에 대한 묘사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OTT에서 논란이 된 ‘이두나!’의 흡연 장면은 주인공이 세상에서 받은 상처와 외로움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SNL’의 흡연 장면은 1990년대의 방송을 패러디하면서 그 시대를 풍자하는 의미로 표현했다. 두 장면 모두 흡연 행위를 유도하지 않았고, 긍정적인 행위라고도 묘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소년의 모방 우려를 이유로 성인에게 노출되는 표현까지 제한하는 것은 적절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성인의 알 권리의 수준을 청소년의 수준으로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지적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에게는 청소년의 정서를 좀먹는 만화를 추방해야 한다며 만화책 화형식을 벌이던 수십 년 전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우리 콘텐트 창작자들의 상상력은 TV의 제약을 벗어나 영화와 OTT를 통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 이런 K-콘텐트의 성공에는 파격적인 소재,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묘사, 생동감 있는 표현 같은 것들이 바탕이 됐다. 이런 것들은 때로 너무 날 것이란 지적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OTT 콘텐트의 표현을 세밀한 부분까지도 규제하려는 시도만이 정답은 아니다. 생각의 다양성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콘텐트 창작자들의 노력을 지나치게 옥죄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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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SBS PD와 제작사 대표로서 ‘좋은 친구들’, ‘이홍렬 쇼’, ‘불새’, ‘행진’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아마존스튜디오·JTBC스튜디오 등의 프로덕션 법률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콘텐트 기업들에 법률 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YH&CO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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