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묻은 비닐,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과태료 30만원? 따져보니
" 이제 7월부터 쓰레기 버릴 때 당장 빼세요!! 과태료 30만원 냅니다! "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의 제목이다. “7월 1일부터 오물 등 이물질이 묻어 있는 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최대 3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상은 35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쓰레기 버리기가 사법고시 수준이다’는 등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달부터 달라진 폐비닐 분리수거 방침을 놓고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 소셜미디어(SNS) 등에 비닐 분리수거를 제대로 못 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경고성 영상과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쓰레기 배출 방법이 자꾸 바뀌니 헷갈리고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물 묻은 비닐 버리면 정말 과태료 낼까?
7월부터 이물질이 묻은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사업'에 따른 것으로, 아직 조례가 바뀐 게 아닌 시범 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부터 종량제 봉투 안에 재활용 또는 음식물 쓰레기가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면 과태료가 최대 30만원 부과되는 조항이 있었고 이는 변함 없다”며 “이물질 묻은 폐비닐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고, 검문이 심화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소각·매립되는 폐비닐, 서울시만 하루 402톤
서울시는 이달부터 이물질이 묻은 폐비닐을 분리배출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름이나 음식물 등 어느 정도 이물질이 묻은 비닐도 재활용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기존의 인식 때문에 재자원화 가능한 비닐인데도 종량제로 배출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어서 이를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시민이 배출한 종량제 봉투 내 폐합성수지류(비닐+플라스틱) 쓰레기양은 2013년 일평균 246t(톤)에서 2022년 1003t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쓰레기봉투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8.8%에서 2022년 29.9%로 꾸준히 증가했다. 합성수지류 가운데 폐비닐 비중은 2022년 기준 52%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매일 폐비닐 730t이 버려지는데 이 가운데 55%인 402t이 종량제 봉투를 통해 배출된다고 추산한다. 이렇게 배출된 폐비닐은 재활용하지 못하고 소각 또는 매립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4월 국내 4개 정유·화학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폐비닐 재활용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폐비닐이 건축 자재 등으로 재활용돼 이물질이 묻은 건 재활용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폐비닐로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물질이 어느 정도 묻은 폐비닐도 자원화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서울시, 서로 다른 안내로 혼란 가중
올해 1월 환경부가 올린 비닐 분리배출 법 영상에는 “이물질이 묻은 비닐은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활용 가능한 비닐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물질 묻은 비닐도 재활용할 여건을 갖췄지만, 다른 지자체는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부는 전국을 기준으로 고시를 정해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시도 떡볶이 고추장이 가득 묻은 비닐은 재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칙은 가능한 비닐을 씻어서 이물질을 제거해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다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 홈페이지에도 서울시의 시범 사업을 따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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