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누가 먼저 깃발 꽂을까

박한나 2024. 7.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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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한·중·일, 주도권 위해 투자 박차 가해
국내선 2027년 삼성SDI가 첫 상용화
"정부, 협력 등 전폭 지원해 실기 않아야"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삼성SDI 제공.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차전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 배터리업체들까지 올해부터 가세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위기감이 짙어지면서 전고체 배터리가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수명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춘 차세대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동시에 전기차 매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동일한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을 사용하되 액체 전해질을 고체전해질로 대체한 것이 핵심이다. 전고체 배터리에 별도의 분리막이 없는 이유는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안전성·높은 에너지 밀도 강점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인 액체 전해질 대신 불연성이 고체 전해질로 구성돼 폭발이나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분리막을 뚫고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오는 등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이나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로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데, 전고체 배터리는 열적 안전성이 우수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는 그 공간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음극에 흑연 대신 리튬금속을 적용하는 등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될 경우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약 1000km로 예상된다. 현재 주행거리보다 약 2배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셀과 모듈, 팩 단계의 조립과정을 거친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셀의 적층이 가능해 부피가 작아져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소형화에 유리하다. 배터리의 경량화는 전기차 자체의 중량 감소로 이어져 속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강점에 황화물계, 고분자계, 산화물계의 전고체 배터리 모두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만만치는 않다. 양·음극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저항이 높아 이온전도도가 액체 전해질 대비 낮은 것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리튬 음극을 사용할 경우에는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덴트라이트가 형성돼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의 이온전도도를 개선하는 기술, 음극재를 무음극으로 만드는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단번에 시장 판도를 뒤집게 된다.

◇국내 3사 상용화 목표 2028~2030년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 주도권을 선점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역시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해 전고체, 리튬메탈, 리튬황 배터리 등 3가지의 유망 배터리를 개발하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빠른 상용화 시점을 제시한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경쟁업체들보다 최소 1년 이상이 빠르다. 올해는 중대형 전지사업부 직속으로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했는데, 이를 통해 상용화 시점을 2027년보다 앞당길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지난해 6월 시제품을 생산했다. 현재는 완성차업체들에게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급해 평가를 받고 있는 단계다. 삼성SDI는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로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실현했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파일럿 시제품을, 2028년과 2029년에 상용화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온은 출범 이후 적자와 전기차 캐즘에 어려운 상황에도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증축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대의 하디 카니 교수 연구팀과 상온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리튬메탈 배터리용 고분자 전해질 공동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는 전기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일렉트로케미컬 소사이어티'에 실렸다.

전고체 배터리의 국내 특허 보유 수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오히려 국내 3사 중 가장 늦은 2030년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인터배터리 2024'에서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좀 시간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내려고 하고 있고 정리가 되면 차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일 삼국지

한국과 함께 주도권을 잡을 유력한 국가 중 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도요타는 1995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전 세계 특허 건수도 1위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고체배터리 특허 건수 글로벌 10위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인데 이 중 도요타는 1331건의 특허를 보유했다.

도요타는 2028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상용화가 목표다. 충전 시간은 10분 이내로 항속거리 약 1200km의 성능을 목표로 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특히 파나소닉과 설립한 '프라임어스 EV 에너지'를 인수해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올해부터 구체적인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시점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시점을 국내에서 가장 상용화 목표 시점이 빠른 삼성SDI보다 1년 앞서거나 같은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중국 CATL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배터리페어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일정을 최초로 공개했다.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소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CATL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500Wh/㎏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대로 대량 생산이 된다면 LFP배터리에 이어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자동차는 2025년에 폴리머계 전고체 배터리의 첫 번째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부터는 액체 함량 0%인 전고체 배터리를 중국 IM모터스의 즈이 신차 시리즈에 탑재해 출시한다는 목표다. 상하이자동차가 예고한대로 2026년도에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삼성SDI나 도요타보다 1년 앞서게 된다.

고션하이테크도 전고체 배터리 젬스톤을 2027년에 소량 생산하고 2030년부터 대량 양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젬스톤의 에너지 밀도는 350Wh/㎏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 보다 약 40% 높은 수준이며, 섭씨 200도에 이르는 고온 테스트도 통과해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행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국가에너지관리국 등은 올해 1월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2030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로 민관합동 연합체인 'CASIP'를 설립했다.

또 중국 정부는 전고체 배터리의 연구개발을 위해 약 60억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정부 지원금과 비교하면 약 11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 주도로 차세대 배터리를 육성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배터리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차세대 리튬이온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역시 중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LFP처럼 실기하지 않으려면 차세대 리튬이온 전고체 전지 개발을 위해 기업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산학연 협력, 인재 유치 등의 전방위적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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