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의 초호화 변호인 구성…‘무기징역 → 살인 방조 징역 13년’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 엽기적 행동…
‘빈틈을 파고든 호화 변호인단의 덕도 본 것으로 분석…’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형량을 줄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변호인 구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른바 전관예우에 따른 대접을 받기 위해 법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전직 판사, 가급적 부장 판사 등 높은 자리에 있었던 법관 출신을 선호한다.
또한 로펌 등은 승소율이 높은 빼어난 실력의 변호사 뿐만 아니라 재판부 구성에 다른 맞춤형 변호인단을 꾸린다. 재판부와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학교, 같은 법원 근무 경력 등을 가진 변호인을 투입한다.
2017년 4월 이 같은 내용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다. 최근 MBC가 제작한 단편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가 방송되며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의 공범 박 모 양(1998년생)도 부장판사, 부장검사 출신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초호화, 대규모 변호인단을 동원해 ‘도대체 어떤 집안이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2017년 6월 26일 박 양 변호인 12명 중 9명이 빠지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젊은 변호사 2명을 이끄는 모양새의 다소 단출한 변호인단으로 재판에 임했다.
이러한 변호인단 변화에 대해 법조계는 '지탄받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돈으로 형량을 깎으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 10대 소녀, 시신 훼손‧유기… 지하철로 시신 전달까지
이 사건은 2017년 3월 26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부터 시작했다.
한 고등학교 자퇴생 김 모 양(2000년생)이 3월 26일 낮 12시 47분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년생 A 양(2009년생)에게 ‘휴대폰을 빌려주겠다’고 접근했고 집으로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했다.
김 양은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토막 내는가 하면 장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또 토막 낸 시신을 두 차례에 걸쳐 옥상 물탱크에 버렸고 A 양 손가락 등 시신 일부를 봉투에 싸 들고 지하철을 타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선물이다’며 공범 박 양(재수생)에게 전달했다.
오후 5시 44분쯤 시신이 담긴 봉투를 받은 박 양은 김 양과 3시간가량 저녁을 먹는 등 버젓이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김 양은 오후 8시 30분 쯤 어머니로부터 ‘빨리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박 양은 손가락 등이 든 봉투를 든 채 인천행 지하철을 탔다. 밤 9시 47분, 집 부근 지하철역에 내린 뒤 ‘이젠 끔찍해서 싫다’며 봉투를 길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결국 A 양 부모의 실종선고를 받은 경찰이 아파트 단지 내 CCTV를 하나하나 확인하던 중 김 양이 A 양을 데리고 탔다가 혼자 빠져나가는 장면을 찾아냈다.
이에 인천 연수 경찰서는 A양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사실까지는 확인됐지만 이후 동선이 끊긴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에 강력사건으로 전환하고 형사대를 동원해 아파트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던 중 3월 26일 밤 10시 김 양이 살고 있는 동의 옥상 물탱크에서 A 양의 토막시신을 찾아 부모를 상대로 신원 확인했다.
이어 김 양을 3월 27일 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살해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김 양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범행 전후 행적을 살핀 경찰은 4월 6일 김 양을 특가법상 미성년자 악취 유인‧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로 넘겼다.
◆ 1심 재판, 징역 20년‧무기징역 선고
재판에서 김 양은 “박 양과 좋아하는 관계로 계약 연애를 했다. 온라인으로 역할극을 했으며 그때 살인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양은 “계약 연애는 장난으로 했을 뿐이며 살인 지시도 역할극 중 일부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 도중 검찰은 박 양에 대해 살인 방조 → 살인죄(공모공동정범)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변경 사유로 △김 양으로부터 살인 약속을 받아낸 점, △‘사냥 나간다’는 김 양 문자에 ‘저 중 하나가 죽겠네’라며 지시를 겸해 호응한 점, △시신을 훼손한 김 양이 ‘손가락이 예쁜가, 크기는 마음에 드는가’라고 했을 때 박 양이 ‘예쁘다, 충분히 크다’고 답한 점, △손가락이 든 봉투에 대해 ‘쿠키를 선물로 받은 것으로 말을 맞추자’고 한 점을 들었다.
결국 2017년 9월 22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주범 김 양에게 징역 20년, 공범 박 양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각각 3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주범이 공범보다 형량이 낮은 건 미성년자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 형이었기 때문이다.
◆ 공범, 호화 변호인단 꾸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12명
공범 박 양은 1심 선고 당일 항소와 함께 법원에서 지정한 국선 변호인을 취소하고 유명 법무법인을 통해 부장판사 출신을 포함한 변호사 12명으로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2018년 4월 30일 서울고법 제7형사부(부장판사 김대웅)는 김 양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공범 박 양에 대해선 살인죄가 아닌 살인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박 양의 혐의 자체가 김 양의 진술에 뚜렷하게 입장할 무엇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빈틈을 파고든 호화 변호인단의 덕도 본 것으로 분석한다.
12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리려면 수임료만 최소 수억 원대이기에 박 양의 집안 재력을 놓고 ‘의사집안’, ‘재벌가 자손’ 등 이런저런 말이 나돌았다.
주범과 검찰이 즉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8년 9월 13일, 2심 형량을 받아들였다.
이들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김 양 2037년 3월 30일, 박 양 2030년 4월 12일이다.
고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jolichio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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