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참사’ 사망자 23명 다 찾았다…대표 등 업체 관계자 5명 입건

손성배, 이찬규, 정수경 2024. 6. 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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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 화성 리튬 일차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23명의 시신을 모두 찾았다. 사고 다음 날인 25일 사고 현장 수색 과정에서 실종자로 분류됐던 시신 1구가 수습됐다. 경찰은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의 대표 등 공장 관계자 5명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소방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화성서부 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박 대표와 함께 본부장 및 안전 관리 담당자 등 회사 관계자들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경찰은 이들 5명에 대해 출국금지도 조처했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게 경찰 방침이다.


모회사 대표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


25일 오후 경기 화성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모회사 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박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연합뉴스
경찰은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에 박 대표 등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과실로 인해서 23명을 숨지게 했단 것이다. 특히 박 대표에 대해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근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참사가 일어나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도 아리셀 공장에선 불량품을 조치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작업자의 조처로 불은 꺼졌고, ‘문제가 없다’는 내부 판단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장 측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사고 현장에서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사망자 23명 중 한국인 5명…중국 국적 17명


지난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망자 23명 중 한국인은 귀화한 중국 동포를 포함해 총 5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인 5명·중국 국적 17명·라오스 국적 1명이다. 이중 여성이 17명이고, 남성은 6명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전날 소방당국은 당시 실종자 1명을 제외한 사망자 22명의 국적에 대해 외국인 20명, 한국인 2명으로 발표했지만 경찰이 근무자 명단 등을 토대로 추가 신원 확인을 거쳐 사망·실종자의 국적을 다시 분류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인이 다수 사망한 데 대해 “중국정부는 화재로 인한 중국 인원의 막대한 사상을 초래한 데 대해 고도로 중시한다”며 “중국은 이미 한국 측에 사고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부상자 치료에 전력을 다하며 사후 처리와 중국 사상자 가족에게 협조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34분쯤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수색 과정에서 전날 실종자로 분류했던 시신 1구를 찾았다. 시신은 불이 난 공장 건물 3동 2층 통로에서 발견됐다. 붕괴된 건물 구조물로 인해 시신 확인 및 수습에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 수습된 시신은 11시50분쯤 화성 소재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시신 훼손 심해 신속한 신원 확인 어려워


25일 경기 화성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 유가족들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 23명 전체의 정확한 신원 확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명이다. 최초로 발견된 한국인 김모(52)씨와 이모(46)씨다. 이씨의 경우 중국 국적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사고 현장 수색 과정에서 소방당국은 훼손된 신체 일부를 발견했다. 사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계와 반지 등의 유류품(遺留品)도 수거됐다. 당국은 유족의 DNA 채취 검사 및 분석 등을 통해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사망자가 외국 국적인 경우가 많아 최종 확인이 이뤄지기까지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오전 10시30분쯤 발생한 불은 이날 오전 8시48분을 기점으로 진화 작업이 종료됐다. 소방당국은 구조대 35명 및 구조견 2마리 등을 투입해서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1차 현장 합동 감식 종료…발화 원인 등 찾는다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사수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현장 합동 감식은 이날 정오부터 약 4시간10분가량 진행됐다. 감식엔 경기남부경찰청·경기도소방재난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토안전연구원·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9개 기관의 관계자 40여명이 참여했다.

중점적인 감식 대상은 정확한 발화 원인과 안전장치 정상 작동 여부 등이다. 사고 당시 다수의 근로자가 단시간에 고립돼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1차 감식 내용을 토대로 2차 감식 여부가 정해질 예정이다.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의 화재 대응 상황보고서에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을 확인해보니 전날 오전 10시30분3초에 배터리가 처음 폭발한 뒤 30초 사이에 폭발이 총 네 번 일어났고, 이후 배터리가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처음 폭발이 이뤄진 지 약 40초 만에 공장 내 공간은 연기로 가득 찼다.

김영희 디자이너


한편 전날 수습된 시신 22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국과수에서 부검이 진행됐다. 정확한 사인 규명 및 신원 확인을 위해서다.

손성배·이찬규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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