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을 떠나보냈다”…현대화 강조하는 공군의 이중고 해결될까 [박수찬의 軍]
55년간 영공을 수호했던 ‘유령 아저씨’가 7일 우리 곁을 떠났다. 1969년 첫 도입 이후 북한 공군 남하를 저지했던 F-4 팬텀(유령)이 이날 퇴역한 것이다.
F-4는 멀리 떨어져 있는 적기를 레이더로 먼저 포착해서 선제공격하고, 내륙 지역의 전략 표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제공했다. 현대 항공작전에 필수인 개념과 기술이다.
하지만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F-4는 결국 퇴역했다. 공군은 새로운 기종 도입을 통해 현대화된 전력구조를 갖췄음을 강조하지만, 항공작전 및 항공기 운영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주변국을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멀리서 공격’ 항공무장 강화 서둘러야
한국 공군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와 더불어 강력한 무장탑재량을 지닌 F-15K를 보유하고 있고,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비롯한 지원 전력도 갖췄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틈’이 보인다.
F-35A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통해 적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크게 낮췄다. 다양한 출처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융합해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문제는 무장이다. F-35A는 기관포와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내부무장창에 탑재한다.
이같은 무장은 F-15, F-16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스텔스 성능을 통해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줄였지만, 공격력은 4세대 전투기와 차별화된 부분이 적은 셈이다.
6.25 전쟁 당시만 해도 기체의 기술적 능력이 전투력과 직결됐지만, 지금은 기체 성능 못지 않게 항공무장의 위력도 중요하다. 전투기가 노후해도 항공무장이 우수하면 충분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의 전자전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성능개량이 되지 않은 F-15K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서 중국 공군을 상대하기가 버거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텔스기에 대응하는 카운터 스텔스(Counter-stealth)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유도무기 발전 속도도 빠르다. 중국 J-10 스텔스기에서 쓰이는 PL-15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음속의 4배 수준에 이르고, 사거리도 2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M-120보다 앞선 성능으로, 속도와 기동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PL-15에 맞서려면 한국 공군도 F-35A의 공격력 강화가 필요하다. F-35A 레이더는 160㎞ 안팎의 탐지거리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암람을 사용하면 유효사거리인 50~100㎞까지 접근해야 한다.
레이더 성능에 적합한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한 셈이다. 영국은 F-35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서방에서 가장 우수한 가시거리 밖 공대공미사일로 꼽히는 미티어는 유럽 MBDA가 제작했다. 램제트 엔진을 적용해 사거리와 비행성능을 높였다. 국산 KF-21 전투기에도 쓰인다.
종말단계에서도 음속의 3배 이상 속도를 내고, 강력한 기동성을 발휘한다. 이를 통해 적기가 회피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사거리도 AIM-120보다 길어서 F-35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하다.
국산 FA-50 경공격기도 무장 강화가 필요하다.
전투기 도입이 어려운 북한은 초대형방사포와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개발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공군기지를 초대형방사포로 타격하고, 사거리가 긴 지대공미사일로 한국 공군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에서는 신형 적외선 유도 미사일과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를 공개한 바 있다.
FA-50은 AGM-65 공대지미사일과 AIM-9L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쓴다. 처음 개발됐을 때는 전선에서의 근접지원에 유용했지만, 북한군 미사일 위협이 커진 상황에선 임무 수행이 어렵다. 방공망 돌파는 물론 전선 접근도 쉽지 않다.
해외 판매 FA-50은 공격 범위 확대를 통해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 공군이 쓰는 FA-50의 형태나 개념은 FA-50 도입 이전에 쓰였던 미국산 A-37 공격기와 유사하다.
A-37이 날아다녔던 냉전 시절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공습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지만, 지상 방공망이 크게 발전한 상황에서 전통적 근접항공지원은 그 위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FA-50도 수출형처럼 무장 교체 등을 통한 공격력 강화를 추진한다면, 전반적인 성능을 쉽고 빠르게 높이고 지상 타격력도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F-16은 항공무장과 장비 개선을 통해 전투능력이 개발 당시보다 6배나 높아졌다. 어떤 항공무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투력이 높아질수도, 제자리걸음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같은 교훈이 통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옛소련 구형 전폭기에 영국산 스톰 섀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프랑스산 해머 정밀유도폭탄 등을 탑재, 러시아군을 타격했다.
F-4에 탑재됐던 팝아이 공대지미사일과 유사한 개념의 유도무기를 갖춘다면, FA-50은 첨단 미사일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군 방공망 밖에서 공격하므로 조종사와 기체 생존성도 높아진다.
공군은 현재 다양한 종류의 기종을 운용중이다. 전투기는 F-4가 퇴역했고 F-5도 조만간 물러날 예정이다. 노후 기종 운영유지 지출이 사라지면, 앞으로 계속 사용할 전투기 정비 등에도 재정적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노후 전투기가 퇴역해도 공군이 보유한 기종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현재 공군 전술기는 F-5, F-35A, F-15K, KF-16, FA-50, KA-1이다. 2020년대 말에는 F-5가 퇴역하고 KF-21로 대체된다. F-5가 퇴역해도 전투기 종류는 여전히 많다. 전력구조를 슬림화하거나 단일 임무 군용기를 없애려는 세계적 추세와 다르다.
다양한 기종을 쓰던 그리스는 F-4와 미라지 등을 퇴역시키고 F-35A와 라팔, F-16 위주로 공군력을 재편할 예정이다. 미국도 F-22와 A-10 퇴역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공군도 전술기 기종 간 중복되는 임무를 정리하고, 미래전에서 비중이 낮다고 판단되는 것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군 소요에 VIP 수송 수요까지 겹치면서 종류가 다양해졌고, 각각의 수량도 HH-60과 HH-47을 제외하면 10대 미만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조종사와 지상요원 확보 및 정비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에서 수색구조용으로 들여온 HH-32A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서방의 제재로 부품 공급 등이 제대로 이뤄질 지 불확실하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헬기 전력을 UH-60과 CH-47로 개편했고, 미 육군이 AH-64, UH-60, CH-47 위주로 쓰는 것과 비교하면 운용 기종이 많다.
수송기(급유기 포함)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C-130 계열과 유럽 KC-330, 스페인/인도네시아 CN-235에 브라질산 C-390이 추가될 예정이다. 5개국에서 만든 기종이 한데 모여있는 셈이다. 효율적 운영유지가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군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되는 능력은 계속 늘어나지만, 예산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 전략과 국방전략, 군사전략에서 공군이 기여할 부분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찾아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나서 공군력을 개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운사이징도 할 필요가 있다. F-4의 퇴역을 새로운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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