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억' 박병호가 일으킨 방출소동…‘팀보다 내가 먼저’ 끝까지 이기적이었고, 마침내 쟁취했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방출' 소동을 일으킨 박병호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KT 위즈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12-3으로 승리, 4연승을 질주한 뒤 "삼성 라이온즈에 내야수 박병호를 보내고, 베테랑 내야수 오재일을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은 하루 종일 박병호로 인해 시끌벅적한 하루였다.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병호는 꽃을 피우지 못한 채 2011시즌 중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로 전격 이적했다. 그리고 히어로즈에서 박병호의 잠재력이 대폭발했다. 2012년 31개의 아치를 그리더니, 2013년 37홈런, 2014시즌에는 52홈런 124타점 126득점 타율 0.303 OPS 1.119로 폭주했다.
그리고 박병호가 더 대단한 시즌을 보낸 때가 있었으니. 바로 2015시즌. 당시 박병호는 140경기에 출전해 181안타 53홈런 146타점 129득점 타율 0.345 OPS 1.150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타격 지표 대부분을 새롭게 쓴 후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큰 실패를 맛본 뒤 다시 KBO리그 돌아오게 됐고, 복귀 첫 시즌 43개의 홈런 112타점 타율 0.345 OPS 1.175로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하지만 박병호의 활약은 영원하지만은 않았다.
박병호는 2020시즌 93경기에서 타율 0.223으로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도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박병호에게는 '에이징커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병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있었다. 바로 KT였다. KT는 박병호가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고, 3년 총액 30억원의 결코 적지 않은 계약을 안겼다.
이에 박병호는 이적 첫 시즌 124경기에 출전해 35홈런 타율 0.275 OPS 0.908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는 '반짝' 활약에 불과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수가 18개로 급감했고, 올 시즌 성적은 처참했다. 3월 한 달 동안 박병호의 타율은 0.154에 불과했다. 당연히 박병호의 입지에도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프로 무대는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 이로 인해 박병호는 4월부터 선발보다는 벤치에서 경기를 치르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자 박병호는 이강철 감독, 나도현 단장 등과 면담에서 하소연을 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난 25일 경기가 끝난 뒤 허리 문제로 인해 1군에서 말소되는 과정에서는 급기야 '웨이버공시'를 요청했다. 이 소식이 28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결국 '이름값'이 있는 자신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으니, 본인을 주전으로 기용해 줄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해 방출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구단에 불만이 있을 경우엔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 반면 시즌 중 선수가 새로운 행선지를 찾기 위해 '방출'을 요청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에이징커브'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다닐 때 손을 내밀어 준 KT의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박병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지 않고, 웨이버공시를 한다면 KT의 손에는 그 어떠한 이익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리그 문화를 잘 아는 베테랑이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에 KT 관계자는 "박병호가 방출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구단은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은 28일 경기에 앞서 "(기사에) 나온 그대로다. 더 할 말이 없다. 자기(박병호)가 방출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 외에는 진전된 것이 없다. 내가 방출을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연승을 타고 있는 선수단의 분위기에 대한 질문엔 "보니까 동요는 하지 않더라. 우리 선수들의 멘탈이 워낙 강하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군에서 말소된 후 2군에도 합류하지 않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병호는 일찍부터 KT에서 마음이 뜬 모양새였다. 박병호는 지난 3월 28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직후 인터뷰에서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박병호는 끝내기 소감을 묻자 "연패 기간이었고, 잘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한 뒤 '노림수'에 대한 질문에 "그냥 빨리 쳐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단 한 번도 취재진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박병호는 시종일관 허공만을 응시했고, 자신과 팀의 부진을 취재진에게 푸는 모습을 보였다. 박병호 옆을 지나는 선수들도 눈치를 보는 그림이 펼쳐졌다.
박병호가 '방출'을 요청하면서 잔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 상황에서 사실 KT는 박병호의 앞날을 막을 수 있었다. KBO리그의 경우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다시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4년 동안 해당 구단에 몸담아야 한다. 박병호의 경우 올해 계약이 만료되지만, 2025시즌의 경우 연봉 협상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상황. KT는 괘씸한 박병호를 2군에 방치해둘 수 있었지만, 그러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 KT는 지난 28일 오후부터 트레이드 문의를 받기 시작했고, 29일 경기 개시 직전에서야 상대를 찾았다.
그 대상이 삼성이었다. KT는 삼성에서 허덕이고 있는 오재일을 영입하는 대가로 박병호를 내주기로 결정하면서, 마침내 결별이 확정됐다. 비록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지만, KT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박병호와 결별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정말 괘씸할 수 있지만 '대인배' 이강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박병호에게 덕담을 건넸다. 사령탑은 "(박)병호도 가서 기회 많이 받아서 잘했으면 좋겠고, (오)재일이도 와서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란 시간. 박병호는 새로운 행선지를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더는 도피할 곳도 없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