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역할 4년째… 낮은 곳 향한 그분의 헌신 그립니다
육영수 여사 役 맡은 배우 김효선
“전화도 드물던 시절 전국에서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이 그분께 편지와 엽서를 보냈대요.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다 읽고 직접 도우려 했고요. 그분을 표현하기 위해 알아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흉탄에 고(故) 육영수(1925~1974) 여사가 서거한 지 올해로 50주기. 내달 3·4·6일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육영수, 그 시절의 아카시아’에서 주인공 육 여사 역을 맡은 배우 김효선(41)에게 이 작품은 질문과 함께 찾아왔다. “어째서 반세기가 되도록 사람들은 그분을 못 잊어 그리워할까요? 가장 힘들고 아팠던 시기여서가 아닐까요? 그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지금은 상상 못할 가난을 겪었죠.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보살폈던 그분을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은 더 절절하게 기억하는 게 아닐까요?”
서울 성북구의 연습실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효선은 “제 위 세대의 기억 속에만 있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뮤지컬 제작사 ‘컴퍼니A’(대표 김재철)가 2021년 2월부터 뮤지컬 ‘박정희’를 전국에서 약 100회 공연하는 동안, 김효선은 육영수 역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이지나 연출의 대극장 뮤지컬 ‘인어공주’(2005) 주인공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고, 정두홍·류승완의 영화 ‘짝패’(2007)에 여전사 역할로 출연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두루 활약해온 배우. “여전히 사랑받는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건 큰 부담이었지만 동시에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했어요. 가장 놀라운 건 관객들의 호응이었죠. 객석에서 눈물 흘리는 분은 숱하게 많았고, 공연 뒤 인사 때면 제게 허리 숙여 인사하시는 분들 손을 한분 한분 꼭 잡아 드렸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결혼식으로 시작, ‘박정희 시대’를 관통하며 내조만큼이나 사회 그늘진 곳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육 여사 삶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김효선은 “박목월 시인의 ‘육영수 여사’ 등 책도 큰 도움이 됐고, 다큐와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눈빛과 제스처, 말투 등을 꾸준히 익혔다”고 했다.
뮤지컬엔 정말 그랬을까 싶은 일화들이 녹아 있다. 그중 ‘아카시아 밥’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서울역에서 행상을 하는 한 여인이 ‘먹을 게 없어 온 가족이 굶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와 물어물어 찾아간 집, 호롱불 하나뿐인 어두운 방 안에서 여인은 흰밥을 먹고 있었다. 비서관이 “왜 거짓말을 했느냐” 호통치며 살펴보니, 여인이 먹던 것은 쌀밥이 아니라 아카시아 꽃을 뜯어 물에 만 ‘아카시아 밥’이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실제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의 자서전에 직접 경험한 일로 등장한다.
김효선은 “육 여사는 가뭄 소식에 전라도 나주로 내려가고, 서울 잠원동에 홍수가 나자 직접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약상자와 위문품을 전한다”고 했다. 그중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한센인이 모여 살던 소록도 방문 장면이다. 서러움도 상처도 많은 환자들을 안아주며 치료를 돕던 육 여사는 그 자리에서 환자들이 건넨 사과를 맛있게 먹었고, 환자들은 그 마음에 감동해 통곡한다. 그는 “영일 없는 남편 곁을 지키는 육 여사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살얼음판이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더 남편이 직접 듣지 못할 ‘다른 목소리’를 많이 들어 전달하고, 자신은 소외된 사람들 돌보는 데 더 헌신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제작사는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뮤지컬의 전국 투어 공연을 시작한다. 4만~10만원. 오는 7월 15일을 전후해 뮤지컬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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