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피신했다 돌아온 태국 왕자… 왕위 계승 걸림돌은 ‘미국인 아내’

류재민 기자 2024. 4.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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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람] 국왕 일곱 자녀중 셋째 최근에 태국 국적 회복
5일 태국 방콕 변호사협회 본부에서 태국 국왕 라마 10세의 둘째 아들 바차라에손 비바차라웡세(왼쪽)가 위치엔 추브타이송 변호사협회장으로부터 협회장 명예 자문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바차라에손 페이스북

어린 시절 쫓기듯 나라를 떠났다 돌아온 비운의 왕자가 마침내 국왕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태국 국왕 라마 10세(본명 마하 와치랄롱꼰·72)의 아들로 27년간 영국과 미국을 떠돌며 사실상 망명 생활을 하다 지난해 귀국한 바차라에손 비바차라웡세(43) 왕자는 최근 태국 국적 취득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위상 하락과 불투명한 후계 구도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태국 왕실 일각에서 바차라에손을 다음 왕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8월 귀국한 바차라에손은 그동안 미국 국적을 가지고 뉴욕·플로리다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해 왔는데, 이제 미국 생활을 완전히 접고 태국에 정착하겠다고 지난달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6일에는 태국변호사협회 협회장 명예 자문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최근 수도 방콕에서 법률·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VVV를 창업하는 데 참여, 회장 겸 수석 파트너 직을 맡았다.

바차라에손은 “나는 개인적으로 태국에 돌아왔고, 아무도 내게 오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누구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돌아온 왕자님’이라는 개인 스토리가 태국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바차라에손의 어머니는 라마 10세의 두 번째 부인 수자리니 비바차라웡세다. 왕세손이 될 수도 있었을 그의 운명은 열다섯 살이던 1996년 어머니가 왕실에서 내쳐지면서 소용돌이쳤다. 라마 10세가 부인을 내치기 위해 60세 공군 장성과 간통했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이혼을 선언하자,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영국으로 도피한 것이다. 이후 바차라에손은 왕족 직함이나 계승 서열 없이 해외에서 쥐 죽은 듯 조용히 살아왔다. 잊혔던 그의 존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태국 왕실이 각종 난관에 봉착하면서다.

우선 후계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바차라에손은 라마 10세가 네 부인에게서 얻은 7남매 중 셋째로 나이가 많다. 이 중 현직 검사이자 소탈한 성품으로 신망이 두터워 왕위 계승 1순위이자 태국 역사상 첫 여왕으로 유력시되던 이복누나 팟차라까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6) 공주가 2022년 12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은 두 살 터울 형 주타바타라이지만, 왕위 계승권에서 일찌감치 이탈해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겸손하고 소탈한 바차라에손의 모습이 집중 부각되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는 호화·사치 행각으로 비판받던 아버지의 모습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그가 미국 여성과 결혼해 미국 시민권자인 두 자녀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법에서 외국인과 결혼은 왕위 계승 결격 사유로 규정한다. 이를 두고 “바차라에손이 왕위 계승을 위해 아내와 이혼했다” “다시 화목하게 잘 살고 있다”는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바차라에손은 “사생활은 태국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적인 문제”라며 가족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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