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이 낳은 ‘유통 교란종’ 테무… 1년반만에 50개국 상륙 [딥다이브]
母기업 작년 4분기 매출 123% 급증… 흑자전환 ‘2025년’ ‘2027년’ 엇갈려
각국 규제 강화 움직임, 주가도 주춤
● 파격 초저가로 충동구매 조장
매출 급성장의 원동력은 핀둬둬의 해외용 플랫폼 테무다.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출시된 테무는 유럽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테무의 지난해 상품 거래액은 약 164억 달러(약 22조 원).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3억3800만 건)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달 월간 활성이용자 수에서 G마켓을 제치고 쇼핑앱 4위(581만 명)를 기록했다.
전 세계 소비자가 테무에 열광하는 건 파격적으로 싼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을 웬만한 쇼핑몰의 반값 이하에 판다. 주문 제품은 중국 내 창고에 모아서 포장한 뒤 해외로 배송되는데, 일정 금액(한국은 1만3000원) 이상이면 배송비는 무료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란 광고 문구처럼 싼 맛에 하는 충동적인 쇼핑을 부추긴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판매자가 정식으로 상품을 수입하면 관세는 물론이고 안전인증 비용까지 내야 해 가격으론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 공급 과잉과 무한 가격 경쟁
싸게 팔면 많이 팔리는 건 당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테무는 중국의 중소·영세업체를 끌어모아 효율적인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주 1회 최저가 입찰이다. 유사 제품에 대해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판매자에게만 테무에서 제품을 팔 권리를 준다. 낙찰받기 위해 판매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엄격한 벌금 규정도 운영한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벌금과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다가 테무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테무는 끄떡없다. 지금 중국은 공급 과잉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도 제품을 공급할 중소업체는 여전히 넘쳐난다. 중국 경기 둔화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 더 그렇다. 중국 매체 36kr은 “테무는 공급 과잉 환경에 맞는 게임 규칙을 설계했다”면서 “압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판매자는 공장 또는 대형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 광고 폭탄에 올해도 적자
테무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만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광고비를 써서, 메타의 최대 광고주가 됐다.
테무는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번다.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제품 공급가격과 물류비용, 마케팅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게 있어야 이익이 난다. 현재는 물론 적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테무가 주문당 7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테무는 올해 투자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핀둬둬는 초기 3년은 계획된 적자 구간이라고 보고 테무를 열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집중했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올해는 한국 시장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차별성이 없는 국내 중소사업자에는 특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테무가 언제쯤 흑자로 돌아설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HSBC는 “차별화되는 초저가 전략으로 테무의 강력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2025년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 이와 달리 JP모건체이스는 “테무가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야 2027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 규제 위험으로 주가는 주춤
전면 금지까진 아니더라도 유통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정치권에선 800달러 이하 수입품엔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테무 같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도 국내에 의무적으로 대리인을 두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인 상황에서 다시 중국 제조업 의존도가 커진다면 또 다른 마찰과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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