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했다고 허위는 아니다” 대법판례 끌고 온 이재명 2심
李 ‘친형 강제입원’ 파기환송한 대법 판결서 나온
‘사실-의견 애매할땐 의견으로 파악’ 논리도 인용
26일 오후 3시 36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02호 법정. 1시간 30분 가량 선고문을 읽던 서울고법 형사6-2부 최은정 부장판사가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주문을 읊었다. 주문 낭독 직전 피고인석에서 일어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판결이 내려지자 “네”라고 답한 뒤 90도로 숙여 재판부에게 인사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022년 9월 8일 기소돼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 대표는 이날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 2심, “‘김문기 골프 사진’ 조작된 것”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관련된 공소사실의 의미를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등 세 갈래로 나눈 뒤 구체적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국민의힘이 공개하며 “골프를 같이 칠 정도로 아는 사이였다”고 주장하자,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가 2021년 한 방송에서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조작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 발언은 ‘골프를 같이 친 적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함께 골프 친 사실이 인정돼 허위라는 취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진 조작’ 발언에 대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문기를 진짜 몰랐냐는 질문에 대해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고 하면서 보조적 논거로 (골프 사진이 조작됐다고) 말한 것” 이라며 “전체적인 맥락은 시장 재직 때 김문기를 몰랐다는 것이므로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처장과 관련한 ‘성남시장 시절 몰랐다’ ‘도지사 시절 알았다’는 취지의 다른 발언들에 대해서도 ‘교유(交遊) 행위’에 대한 발언이 아니라 ‘인식’에 해당해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합리적 해석을 배제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의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의심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판례’가 무죄 판단 근거로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의견 표명’일 뿐이라는 이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뒤집은 것이다.
1심은 “국토부가 성남시의 의사와 무관하게 용도지역 변경을 강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박이 없었던 만큼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발언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를 받은 점이 확인되고 다각도로 압박받는 당시 상황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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