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2024. 3. 2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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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부터 윤석열까지
대통령 6인 여소야대로 출발
5명이 중간 선거서 與大 회복
절묘한 균형 감각·권력 배분
좌우로 첨예하게 갈린 시국
결국 승패는 20% 부동층 손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구내식당에서 열린 교육부‧복지부 공무원 격려 만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식판을 들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민주적 총선이 시작된 것은 88년 노태우 대통령부터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2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의정 사상 첫 여소야대(與小野大)를 기록했다.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박근혜 때만 제외하고는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6명 모두 여소야대로 출발했다. 흥미로운 것은 6명 중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5명 모두 중간 선거에서 여대(與大)를 회복,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유지했다는 것이다.(박근혜는 취임 당시에는 여대였으나 중간 선거에서 여소야대로 추락했고 결국 탄핵의 비극을 맞았다.)

이런 자료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여소야대로 출발했거나 승계한 정권에 정권의 좌우 성향 관계없이 다수를 만들어 줬고, 여대로 출발한 정권에는 여소를 안겨줬다. 참으로 신기한 균형감각이고 어찌 보면 절묘한 권력 배분이다. 이번 4·10 총선 역시 과거의 추세를 이어가 압도적 여소야대를 인계받은 윤 정권에 앞으로 3년이나마 여대를 만들어줄지, 아니면 “뜻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할 것인지”(한동훈의 말) 그것이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윤석열 대통령을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런 기대 없이,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공짜(?)로 대통령이 된 정치 행운아라고 말한다. 사실 정치라는 것이 극도로 괴물화돼버린 한국적 현실에서 전혀 준비 없이 별다른 노력 없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일이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신데렐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는 달랑 대통령이라는 자리만 얻었지 기반이 없었다. 인적(人的) 풀도 없었고 대통령학(學)도 터득한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직면한 것은 17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었다. 그것도 그가 선거에서 간신히 이긴, 한국이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사법 리스크의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가 거머쥔 야당이었다. 그 후 2년을 그는 야당에 참 많이 시달렸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의 달인’이라고 비꼬았지만 솔직히 그는 거부권으로 간신히 보수 여당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그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데 크게 노력했다. 그것이 그의 귀중한 업적이다. 지금 윤 정부가 의사들의 파업으로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지만 나는 윤 정부가 안정된 의석을 갖고 있었다면 이런 강공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취임 초 윤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봤던 일부 보수 쪽 사람들도 그에게 실망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운운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빨리 ‘대통령병(病)’에 걸렸다는 평가도 있다. 유세 때 어퍼컷과는 달리 사람을 휘어잡는 스타성(性) 쇼맨십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정책적 판단과 발표에 참모들을 내세우기보다 본인이 직접 나서는 등의 자기과시에 너무 쏠려있다는 비판도 있다. 평론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제기한다. 그가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보여주지 못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부인의 과잉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서, 친윤을 앞세우려 해서 등등의 사유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면 과연 윤 정권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 선거에 당면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있다. 그는 크게 세 번 배우고 있다. 부인 건(件)이 그렇고, 공천 건이 두 번째고, 이번 의사 파업 건이 세 번째다. 당과 충돌이 있을 때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한발 양보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은 쉽지만 나는 역대 대통령에게서 그런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그는 그런 점에서 조금씩 대통령직(職)에 적응하며 대통령학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평론가들이 유권자의 분포가 국민의힘 40%, 민주당 40%로 갈리고 결국 승패를 결정짓는 측은 20%의 부동층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 좌우로 첨예하게 갈린 시국에서 누가 무슨 논리를 펴도 골수파들에겐 먹히지 않게 돼 있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부동층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 정국의 주도권은 이재명 대표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윤 정권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이름뿐인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 나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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