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이대로 출국?…‘의혹’ 키우고 ‘외교 결례’ 불씨까지
대통령실 유선전화 의혹 제기된 상황서 핵심 피의자 출국 논란
군인권센터 “출국 시 진실규명 난항…구속영장 청구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피의자 신분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를 대사에 임명한 것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며 사실상 출국금지 해제 수순에 들어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지 사흘 만이며, 출국금지 사실이 확인된 지 하루 만이다.
공수처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음에도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소환된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경위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업무수첩을 폐기했으며 휴대전화는 일부만 임의제출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입장대로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소환한 것은 대사 부임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은폐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다른 피의자 소환 마무리 후 진행이 예상됐지만 대사 임명 변수가 돌출해 앞당긴 것이다.
외교관 여권 발급을 완료한 이 전 장관이 이날 오후 출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수처가 사실상 출국금지 해제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이다. 법무부도 전날 회의를 열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한 공수처는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 기류지만, 이 전 장관이 출국할 경우 현실적으로 추가 대면조사가 어려워 수사가 공전을 거듭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은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출국 후 서면조사로 의혹을 확인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그가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번호의 전화를 받은 뒤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외압 의혹은 더 커진 상태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고발장을 접수, 올해 1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최근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피의자를 외국 대사에 임명한 것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인사검증 단계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고위공무원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도 부실검증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종섭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상 비밀"이라며 "이와 관련해 외교부 차원에서 별도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대사 임명 절차에 따라 외교부는 호주 당국으로부터 이 전 장관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에 출국금지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호주에 심각한 외교 결례를 범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논란이 커진 후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주 당국의 공식적인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를 방해해 외압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이 전 장관이 빠지면 진실을 밝히는 일에 난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이 출국할 수 없도록 신병부터 확보해야 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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