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부담 느끼는 IPO 시장, 옥석가리기 필요
수요예측서 이성적 인수가 제시 비율 상승
눈높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
지난해 하반기 상장 당일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의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호 상장사인 우진엔텍이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하는 등 공모주 청약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다만 공모가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에 대한 눈높이가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며 유망 공모주를 가려내기 위한 판별 능력을 꾸준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에 신규로 입성한 6개 상장사 첫날 평균 상승률은 99.4%로 1월 181.7% 대비 82.3%포인트 낮아졌다.
1월에는 우진엔텍과 현대힘스 등이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하며 공모가 기준 수익률 300%를 기록했다. 지난달 상장한 이닉스, 스튜디오삼익, 케이웨더, 코셈, 이에이트, 에이피알 등 6개사 가운데 이닉스는 165% 올랐고 케이웨더는 137% 상승했다. 올해 처음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에이피알은 상장 첫날 시초가 44만5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31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당일 상승률은 27%에 불과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과열이 이어지는 가운데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은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상장한 6개 상장사는 모두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달 1일 상장한 이닉스 공모가는 1만4000원으로 희망범위 상단인 1만1000원 대비 27.3% 높았다. 에이피알도 희망범위 상단 가격인 20만원보다 25% 비싼 25만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결과만 보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보다는 공모 물량을 받아 상장 첫날 팔아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미세하지만 변화가 감지됐다. 1월에는 수요예측에서 공모 희망가 범위 안으로 인수가격을 제출한 기관 비중이 1%를 넘는 종목은 없었다. 2월에는 이에이트(8.1%), 스튜디오삼익(2.8%), 에이피알(1.1%)이 희망범위 내 수요예측 참여 비중이 1%를 웃돌았다. IPO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점차 커지면서 기관 투자가 사이에서도 이성적인 인수가를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비중이 높지 않고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이 1월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하나 절대적인 수치가 여전히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공모주 투자 열기가 단기간에 식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신규 상장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중 자금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정적인 투자금을 배분할 때 기대 수익률 관점에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케이엔알시스템, 오상헬스케어, 삼현, 아이엠비디엑스, 엔젤로보틱스, 코칩, 민테크 등이 3월 중 국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유압로봇시스템 개발업체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약 8조 480억원을 끌어모으며 경쟁률 2266.7 대 1을 기록했다. 체외진단업체 오상헬스케어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5000원보다 33.3% 높은 2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오상헬스케어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모 참여가 다소 부진한 가운데 오상헬스케어 사업 경쟁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많은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과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상장 당일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수요예측의 경우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모가가 높아지면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공모주 청약 투자가 언제까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진 않을 것"이라며 "기업 성장 가능성과 공모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서 청약 참여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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