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교신 상태가 좋네요”…웃음 터진 버추얼아이돌 쇼케이스
“플레이브는 ‘아스테룸’이라는 다른 행성에 있는 관계로 테라(지구)에 계신 분들과의 쇼케이스는 영상 통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26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의 미니 2집 <ASTERUM: 134-1>의 쇼케이스는 이런 안내와 함께 시작됐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3월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애니메이션 같은 캐릭터지만, 그 뒤에는 인공지능(AI)이 아닌 실제 사람이 있다.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쇼케이스 무대 위는 사회자용 단상만 놓인 채 텅 비어 있었다. “지구와의 교신 상태에 따라 접속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플레이브, 나와주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무대 뒤 스크린에 플레이브 멤버 다섯 명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은호입니다.” 제일 왼쪽에 선 멤버가 인사를 하며 주먹 쥔 왼손을 들었다 펴자 손 안에서 크고 빨간 하트가 팡, 튀어나왔다. 다른 멤버인 밤비가 인사를 하며 눈을 크게 깜박, 하자 이번엔 귀여운 효과음과 함께 얼굴 주변에 하트 이모티콘들이 떴다. 리더인 예준이 인사를 하며 입을 벌릴 땐 여러 색의 비눗방울이 쏟아졌다.
플레이브는 카엘룸이란 행성에서 살던 멤버들이 신비한 힘에 이끌려 지구와 교신이 가능한 아스테룸이라는 행성에 왔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판타지적 세계관에 따라 멤버들은 모두 조금씩 하늘을 날거나 특정 표정을 지으면 이모티콘을 나오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두 곡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는데, 다른 아이돌처럼 별도의 ‘의상 교체 시간’ 없이 빙그르르 돌자 ‘모험가 콘셉트’였던 의상이 순식간에 ‘항해사’ 마린룩으로 바뀌었다.
<ASTERUM: 134-1>에 실린 곡은 총 6개다. 전곡을 멤버들이 작사, 작곡했다. 타이틀곡은 ‘WAY 4 LUV’ 다.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기타 리프(짧게 반복되는 부분)가 특징인 곡이다. 애니메이션같은 비주얼, ‘실제 사람이지만 버추얼 아이돌로 활동’ 한다는 설정 등 높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데뷔 1년 만에 여러 기록을 세웠다. 첫 미니앨범의 초동 판매량이 20만장을 넘겼고, 7개 음원 전체가 멜론 일간 차트에 들었다. 플레이브의 인기 요인에는 ‘좋은 음악’이 꼽힌다. 데뷔곡 ‘기다릴게’ 부터 이번 앨범까지, 모두 깔끔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밝은 멜로디를 갖고 있다. 예준은 “처음에 딱 들었을 때 무조건 쉽고 좋게 들려야 한다는 생각, ‘이지 리스닝’ 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플레이브의 소속사인 블래스트의 이성구 대표가 직접 나와 질의응답을 받았다. 사전에 ‘본체’에 관한 질문은 답변할 수 없다는 것이 여러차례 안내됐다. 블래스트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는 본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건 ‘디지털 펭수’라고 생각한다. 펭수라는 캐릭터를 소비할 때 본체의 정체를 파는 것으로 지식재산권(IP)을 소비하진 않지 않나. 플레이브의 본체를 파헤치게 되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IP소비가 된다”고 말했다.
플레이브에 관한 기술적 목표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라이브로 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는 그냥 영상을 트는데, 우리는 오늘 쇼케이스를 한 것처럼 실시간 라이브로 콘서트를 하려한다. 최종적으로는 월드투어를 돌 수 있는 수준이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culture/popular_music/article/202308311805001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10010706001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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