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MC ‘첫 공장’ 업고 ‘반도체 왕국’ 재건 속도전
정부, 보조금 4조원 지원 조기 준공
日소부장-대만파운드리 시너지 기대
“韓 경쟁력위해 지원·규제혁파 필요”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밀월’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고, 대만은 간판 기업 TSMC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24일 TSMC의 첫 일본 현지 공장 준공식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제는 양국의 협력이 한국에는 협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반도체 산업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2년도 채 안된 지어진 반도체 공장...日, 속도전으로 사활=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1공장 준공식을 연다. 앞서 TSMC는 앞서 일본 소니, 덴소와 함께 합작 법인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을 설립했다. 구마모토 1공장은 2022년 4월 착공에 들어간 지 불과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초 5년 내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365일 24시간 3교대로 공사를 진행하며 속도전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22개월 만에 준공식을 열게 됐다.
공사 기간을 3년 이상 앞당길 수 있었던 데에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 일본은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에 4760억 엔(약 4조23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에 힘입어 TSMC는 곧바로 연말부터 2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2조엔(약 18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일본 정부가 최대 9000억엔(약 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TSMC는 구마모토 1공장에서 연말부터 카메라, 자동차 등에 쓰일 12∼28나노급 제품을, 2027년 가동이 목표인 2공장에서는 이보다 첨단 공정인 6나노급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TMSC는 오사카에 3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TSMC에 일본은 매력적인 생산 거점이다. 신속한 정부 보조금 지급 뿐 아니라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반도체 인력 특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오랜 기간 침체된 탓에 관련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일본 공급망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아직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대만 인력 파견 및 무노조 경영 원칙 등을 둘러싼 현지 반발도 심상치 않다. 모리스 창 TSMC는 여전히 미국 공장 건설에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와 비교해 인건비 경쟁력이 떨어지고, 맨파워 및 근무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소부장-TSMC 파운드리 시너지 기대=일본 정부는 잇따른 TSMC 공장 유치를 시작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40나노급에 멈춰있던 일본 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30년 가까이 침체됐던 첨단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 분야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전력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은 오는 2027년 자국 설비투자 115조 엔(약 1022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부장(소재·장비·부품) 분야와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노하우가 맞물려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점유율은 약 35%로 미국에 이어 2위다. 매출규모로 따지면 50%를 차지하는 1위 강자다. 도쿄일렉트론, 레이저텍 등 탄탄한 회사를 대거 지니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협회는 올해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총 4조348억엔(약 36조34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무려 27%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TSMC 공장을 시작으로 각 지역 반도체 생태계가 강화되면 낙수효과를 기대해볼 수있다. 일본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 공장이 들어서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경제효과가 10조5360억엔(약 94조원)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최근 차세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450억 엔(약 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자국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인 ‘최첨단 반도체 기술센터(LSTC)’가 진행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 LSTC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AI가 내장된 기기에서 처리하는 ‘에지AI’용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라피더스가 생산한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파운드리 합작 기업이다.
▶韓 반도체 예산 1.3조원 그쳐...“직접 지원·규제 혁파 필요”=일본의 공격적인 반도체 재건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조 단위의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일부 세제 혜택만 주는데 그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인프라 지원에 1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정부의 반도체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이다. 수십조원을 책정한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공급망 구축 속도전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2019년 부지가 선정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전력 문제 등으로 수차례 연기되며 내년에서야 착공에 들어간다. 2027년에 양산이 목표로, 부지 선정부터 양산까지 무려 8년이 걸리는 셈이다. TSMC 공장이 2년도 채 안돼 준공식을 여는 것과 비교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국가핵심전략산업인 만큼, 경쟁국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인프라 보조금 지급과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며 “‘대기업 특혜’라는 시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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