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새벽 조사 받던 날, 윤석열이 새벽에 통화한 사람

문상현·이은기 기자 2025. 6. 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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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 주요 국면마다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선 공약을 깨고 부활시킨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응한 정황이다.

〈시사IN〉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윤석열의 통화 기록을 전체 입수했다. 윤석열 개인 명의 휴대전화(2024년 3월1일부터 2024년 12월12일까지)와 대통령경호처 명의 비화폰(2024년 11월8일부터 2024년 12월18일까지) 통화 내역, 두 가지다. 두 전화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윤석열과 계엄 세력의 행적을 추적했다.

2024년 5월10일 윤석열이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사진 촬영을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사IN〉은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윤석열의 통화 기록을 전체 입수했다. 윤석열 개인 명의 휴대전화(2024년 3월1일부터 2024년 12월12일까지)와 대통령경호처 명의 비화폰(2024년 11월8일부터 2024년 12월18일까지) 통화 내역, 두 가지다. 두 전화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윤석열과 계엄 세력의 행적을 추적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정(民情)을 앞세운 큰 귀와 사정(司正)이라는 검을 동시에 가졌다. 국내 여론과 민심 동향부터 정·관·재계 주요 인사들의 세평 등 각종 정보가 민정수석에게 집중됐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고,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가졌다.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했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이 수사에 개입하는 등 폐단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추진된 것이 대통령실 이전과 민정수석 폐지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비서실 슬림화였다. 2년 뒤인 2024년 5월7일, 윤석열은 용산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때 임명된 인물이 검찰 출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이다.

윤석열은 이날 김 수석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2년 만에 약속을 깬 이유에 대해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그동안 취임한 이후 뭐 언론 사설부터 주변의 조언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이 사정기관 장악이나 사법 리스크 방어용, 특검 방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국민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설치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2024년 3~12월 윤석열의 개인 휴대전화 통신기록에 따르면, 윤석열이 민심 청취가 아닌 검찰 장악과 김건희씨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활용해왔다고 볼 만한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

윤석열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254회) 다음으로 김주현 민정수석(107회)과 가장 많이 통화했다. 윤석열이 김 수석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보다 많았다.

특히 통화 시점이 공교롭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 주요 길목에서 집중적으로 전화를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이들의 통화 이후 이례적인 시점에 예고 없이 검찰 수뇌부가 대거 물갈이됐다. 검찰이 김건희씨에 대한 출장 조사와 처분을 한 시점뿐만 아니라 관련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하거나 다른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전후로도 통화가 이뤄졌다. 윤석열이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보고받아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첫 전화 통화는 5월2일 오후 3시52분부터 19분간 이뤄졌다. 김 수석이 인사검증을 거쳐 윤석열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내정이 확정된 날이다. 이날 검찰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 전담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총선으로 인해 약 5개월간 멈춰 있던 수사를 ‘한 달 안에 신속하게 마무리하라’는 주문과 함께였다. 이원석 총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전담 검사 3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측과 조사 일정 조율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뜸하던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통화는 5월 중순 전후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5월11일 1회, 5월12일 2회, 15일 3회, 21일 6회, 23일 2회, 27일 4회, 29일 2회 등이다. 윤석열이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5월10일)이자, 검찰에 갑작스러운 ‘인사 태풍’이 불어닥친 시점이다.

2024년 5월 한 달간 무슨 일이

5월13일 법무부는 검찰 수뇌부 인사를 발표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수뇌부 8명 중 6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두 사건의 수사 실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명품백 사건) 및 4차장(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비롯한 차장검사 전원이 ‘좌천성 승진’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수뇌부가 교체된 자리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친윤’ 검사들이 배치됐다.

2024년 5월14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검찰 인사는 4월 총선으로 인해 하반기에나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규모도, 시점도 이례적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김건희씨 수사에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인사이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장 패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튿날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7초 침묵’으로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인사 배경에 용산 대통령실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지목됐다. 민정수석실 부활 엿새 만에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되고, 친윤 검사들로 채워지면서 ‘검찰 장악’까지 이뤄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용산’이 노골적으로 김건희씨 수사에 간섭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윤석열과 검찰 인사권을 가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통화 기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사람은 5월 한 달 동안 10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5월11일 1회, 12일 4회) 검찰 수뇌부 인사 단행 직전에 이뤄졌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2024년 5월 집중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21일, 23일, 27일, 29일도 검찰 인사와 관련돼 있다. 5월24일에는 검찰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앞서 ‘좌천성 승진’에 의해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등 중간간부 이하 인사를 위해서였다. 여기서 새로 선임되는 중앙지검 1차장과 4차장검사는 김건희씨 수사 실무를 지휘하게 될 예정이었다. 인사위원회 개최 며칠 전부터 법무부 검찰국은 차장검사 승진 대상 검사 및 일선 검사들에게 인사 검증 동의서와 근무 희망지를 제출받는 등 인사를 위한 밑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간간부 인사 단행은 5월27일 예정되었으나 연기됐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조직 안정 및 업무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인사 시점을 늦춰달라고 건의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김건희씨 수사팀 유임 요청이었다. 당시 이 총장이 건의한 대상은 법무부와 용산 대통령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5월20일에는 검찰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팀이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소환조사했고, 21일에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씨에게 선물로 줬던 책을 분리수거장에서 발견한 아크로비스타 주민 권성희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새벽에 전화 통화한 유일한 날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2024년 5월부터 11월 사이 가장 많은 통화를 7월에 주고받았다. 특히 통화 기록이 몰린 건 7월 중순이다. 7월13일 2회, 7월16일 4회, 7월18일 1회, 7월19일 3회, 7월20일 1회, 7월21일 2회, 7월24일 3회 등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검찰 수사팀과 용산 대통령실은 김건희씨 조사 일정과 방식을 조율했다. 이른바 ‘출장 조사’ ‘황제 조사’가 이 과정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7월20일 김건희씨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정부 보안청사)에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다음 날 새벽 1시2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9시17분에 2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다음 통화는 7월21일 새벽 1시46분부터 34초간 이뤄졌다. 김건희씨 검찰 조사가 종료된 시점이었다. 2024년 5월부터 12월까지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새벽 시간에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이날이 유일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가장 많은 전화 통화를 했던 2024년 7월16일부터 19일 사이는 검찰과 대통령실 사이 김건희씨 대면 조사 조율이 이뤄진 시점이다. 검찰과 대통령실 양측은 조사 방식과 날짜, 장소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다가 7월19일 확정했다. 같은 기간 검찰은 대통령실과 명품백 실물 확보도 조율했다. 검찰은 대통령실에 명품백을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대통령실은 7월26일 오후 3시 행정관을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2시39분부터 5분 동안, 오후 6시30분부터 5분간 통화했다.

2024년 8월에는 새 검찰총장이 지명되었다.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후임 후보자는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었다(8월11일). 새 검찰총장이 지명되기 직전 인사검증이 마무리되고 후보군이 4명으로 추려지던 시점 등에도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8월7일 5회, 8월8일 2회, 8월9일 2회, 8월11일 1회). 8월 한 달 동안 두 사람 사이 이뤄진 21차례 전화 통화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 시기에 집중됐다.

2024년 9월3일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했다. ⓒ시사IN 신선영

같은 달 서울중앙지검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팀은 김건희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8월2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김건희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지검장은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고, 가방 수수에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 등이 인정되지 않아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 적용도 어렵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최종 사건 처분을 승인하지 않았다. 보고를 받은 다음 날 사건 처리 여부를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판단을 받겠다고 결정했다. 이원석 당시 총장이 수심위 회부를 결정한 날인 8월23일,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2024년 9월과 10월에는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전화 통화가 각각 13차례, 19차례를 기록했다. 대통령실과 갈등이 깊었던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퇴임하고 ‘친윤’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명된 시점이다. 김건희씨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주요 국면에서 이뤄진 통화 내역은 여전히 발견된다. 9월26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한 김건희씨와 최재영 목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보고받은 날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김건희씨 무혐의로 처분 방향을 결정한 날(10월4일)과 최종 불기소처분한 날(10월17일) 모두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전화 통화를 했다(지난 4월 서울고등검찰청은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된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김건희씨를 무혐의 처분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는 5월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비상계엄 이후 검찰 움직임 있을 때마다

그 밖에 지난해 새롭게 불거진 김건희씨의 공천 개입 의혹 국면에서도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 사이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2024년 9월30일 창원지검 형사4부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 회계 담당자 강혜경씨 등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이날만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10월24일 서울중앙지검은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혐의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명태균씨와 윤석열 부부 사건을 고발 하루 만에 배당했다. 이날도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이 전화 통화를 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에도 통화했다. 윤석열 측근 4명이 모인 이른바 ‘12월4일 대통령 안가 회동’ 전후로 김 수석과 윤석열은 집중적으로 통화했고, 이후에도 수시로 전화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다음 날인 12월4일 오전 11시18분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전화했다. 이날 저녁 김 수석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 윤석열 최측근들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만났다. 삼청동 회동이 끝난 직후 밤 10시43분에도 윤석열은 김 수석과 통화했다. 안가 회동을 두고 법률가 출신 관료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2024년 5월7일 윤석열이 김주현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날인 12월5일, 검찰은 비상계엄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 출범을 발표했다. 윤석열은 6일 아침 김 수석과 통화했다. 통화는 12월7일 저녁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튿날인 8일 새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기습적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김용현 전 장관은 검찰에서 “검찰 출석 전화를 받은 직후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렸다. 당시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협의해보라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계엄 해제 이후 김 전 장관 출석까지 닷새간 윤석열은 검찰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김 수석과 통화한 것이다.

그러나 김 수석은 지난 2월6일 국회에 나와 “김용현 장관의 출석과 관련해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그런 얘기를 한 일은 없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은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지난해 5~12월 윤석열과 통화한 기록과 그 내용에 관해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문상현·이은기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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