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 없어요" 위기의 K-드라마 시장, 출연료 제한이 답?[TF초점]
2025년까지 드라마 시장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
업계에선 출연료 가이드라인 등 해결 방안 언급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아직 차기작이 없다. 보통 상도 받고 잘 되면 대본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땅한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 (콘텐츠) 시장이 어려운 것 같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배우 A 씨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차기작 계획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 A 씨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주조연급으로 활약해 주목받았으나 아직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몇 년 사이 제작비가 수직상승한 가운데 광고 수입은 급감해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드라마 편성이 축소되고 제작 편수도 줄어들며 국내 드라마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제작된 한국 드라마는 160여 편으로 최근 3년 중 최대치를 찍었다. 이듬해 기세는 곧바로 꺾였다. 2023년 80여 편의 드라마가 제작됐고, 올해는 30여 편의 드라마가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드라마 시장 축소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 시장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제작비라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 중심에는 주연급 배우들의 높아진 몸값이 있다. 지난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주연 배우 출연료가 회당 10억 원 소리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자구책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의견을 모았다.
배우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이유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할 때 투자와 편성, 수출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작사들은 비싼 값을 들여서라도 톱스타들을 출연시키고자 한다. 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국내에 도입되며 출연료 기준을 높인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줄어든 편성을 놓고 제작사들이 그나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대로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 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전했다.
같은 날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도 "최근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의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회당 출연료를 4억 원, 6억5000원, 7억 원을 불렀다. 요즘 출연료 헤게모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배우 출연료에 적절한 한계를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출연료를 규제하고 있다. 2022년 중국 광전총국이 발표한 '중국 드라마 발전 계획'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배우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한다. 또 주요 배우 개런티는 전체 출연료의 7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당장 도입되긴 어려워 보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에서 '2024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제작비 상승 문제는 과거부터 늘 나오는 얘기였다. 인건비가 다 상승하고 있기도 하고 한번 올라간 배우 개런티가 내려가긴 어렵다. 결국은 해외진출로 시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김용섭 미디어정책국장도 "정부에서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제작사 자율적으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같이 업계하고 협의해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해결 방안으로는 톱배우 위주로 짜여진 판을 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제작사들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까지 체크하며 '팔리는 배우'를 캐스팅을 하려 한다. 콘텐츠 시장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인급 파격 캐스팅도 시도하고 작품의 퀄리티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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