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 만들때마다 100억 손해"…캐시카우서 계륵된 컨테이너船
지난해 컨테이너선 178척 발주
中, 101척 수주 韓 물량의 2배
"값비싼 하이브리드까지 쓸어가"
몸집 가벼운 한화오션, 컨船 포기
HD현대·삼성重 "수주 계속 할 것"
어떤 사업이건 성패는 수요와 공급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수요가 없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달라붙으면 공급 과잉으로 제값을 받기 불가능해진다.
지금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이 딱 이런 모습이다. 중국이 싼값으로 해운사들을 유혹하니 가격이 온전할 리 없다. 도크를 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하지 않는 한 인건비 등 제조비용이 많이 드는 우리 조선사들이 중국을 이기기는 어렵다.
돈 안 되는 시장을 내주고,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하는 것. 그 첫발을 조선3사 중 몸집이 가장 가벼운 한화오션이 뗐다.
중국이 장악한 컨테이너선 시장
한화오션이 컨테이너선 수주 영업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가격뿐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거의 따라붙은 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강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컨테이너선 시장이 ‘중국판’이 된 건 몇 년 전부터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선사 등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178척 중 101척(57%)을 중국 조선사들이 따냈다. 한국(51척)과 일본(24척)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수주 물량 중에는 ‘비싼 컨테이너선’으로 불리는 메탄올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엔진을 장착한 선박과 두 연료를 동시에 쓰는 하이브리드형이 대부분이었다. 저가 선박인 디젤엔진 장착 선박은 많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값비싼 하이브리드 선박까지 중국 회사들이 쓸어가는 상황”이라며 “한국 조선사들도 일감을 따내려면 중국 조선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한국 조선업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컨테이너선은 ‘계륵’이 됐다. 안정적인 매출을 안겨주지만, 그 자체론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도 3년 전 공격적으로 수주한 컨테이너선 탓이란 지적이 많다.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출고한 컨테이너선 한 척에 1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글로벌 해운사들의 친환경 선박 교체 물량이 쏟아지면서 컨테이너선 가격이 소폭 회복됐지만, 선박 건조가 끝나는 2~3년 뒤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본전 뽑기조차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HD·삼성, “당장은 만든다”
컨테이너선의 수익성이 LNG운반선 등에 비해 떨어지는 건 몇몇 수치만 보면 알 수 있다. 2021년 말 2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척당 평균 가격은 1억8900만달러로, 비슷한 규모의 대형 LNG운반선(17만4000㎥) 평균 가격(2억1000만달러)보다 2000만달러가량 쌌다. 지난달엔 각각 2억3550만달러와 2억6500만달러로 그 차이가 3000만달러가량으로 벌어졌다.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거느리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만 도크를 다 채울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컨테이너선 수주 영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도크는 각각 17개와 8개로 한화오션(5개)보다 훨씬 많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중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브리드 추진선 등의 영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컨테이너선 수주 영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크를 넉넉하게 보유한 만큼 백화점처럼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황에 따라 수주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수익 중심의 선별 수주를 하겠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며 “컨테이너선 업황이 다시 좋아질 경우 언제든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우섭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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