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사상 첫 가족비리 방탄 거부권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특검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아선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쌍특검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 법안이 전날 정부에 이송된 지 하루만이다.
거부권은 헌법 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으로 삼권분립 체제에서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국회로 돌아간 법률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이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처음이다. 입법부에 대한 최후의 견제 수단이 가족 비리 의혹 방어에 활용됐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번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 거부권 행사다. 150일에 한 번 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달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들 법안은 모두 국회에서 재의결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 입법권에 이의를 제기하며 돌려보내는 극단적 조치로 의회 민주주의 정착과 맞물려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돼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6회 행사한 이후 이명박(1회), 박근혜(2회), 문재인(0회) 등 역대 대통령들에게선 임기 내 2회를 넘지 않았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재의를 요구했다”며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자로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재의를 요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쌍특검법에 대해 “독소조항이 포함된 악법”이라며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당연히 필요한 헌법적 권한”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를 열고 “내로남불 윤석열 정권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여야 간 대치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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