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디즈니 새 주인공이에요… 백인 푼수가 친구”
디즈니 새 놀이기구 ‘티아나’
“음식 솜씨 좋고 마음씨도 착한 티아나, 식품 회사까지 일구며 사업가가 된 그녀가 망해가던 소금 광산을 눈부시도록 멋지게 바꾼다.” 월트 디즈니는 2일(현지 시각) 올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와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들어설 놀이 기구인 ‘티아나의 강(江) 타기 모험(Tiana’s Bayou Adventure)’ 줄거리를 공식 블로그에 소개했다.
탑승객들이 통나무배에 앉은 채 물살을 가르는 이 놀이기구는 디즈니의 2009년 만화영화 ‘공주와 개구리’를 소재로 만들었다.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된 왕자가 공주의 키스를 받고 인간이 된다는 고전 동화 ‘개구리 왕자’와 달리 공주가 개구리에게 입을 맞췄다가 자신도 개구리가 되는 반전 소설 ‘공주와 개구리’를 기반으로 한 만화영화다. 이 소설과 만화영화는 이 외에도 사랑에 목매는 전통적 동화 속 여주인공들과 달리 자신의 꿈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알파걸(빼어난 여성)’ 티아나의 인생 역전기를 그렸다는 특징도 있는데, 디즈니는 이 대목에 집중했다. 가난하지만 심성이 따뜻하고 현명한 흑인 식당 종업원 티아나가 밝고 힘차게 자신의 인생을 헤쳐간다는 내용이다. 티아나의 친구 부잣집 백인 소녀는 철없는 푼수로 나온다.
이 놀이기구는 최장 16m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는 짜릿한 스릴도 있다. 하지만 배를 타고 지나는 곳곳에서 설치할 인형과 장식물 등 소소한 곳에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예제 미화 논란으로 철거된 디즈니의 대표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2020년 6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의 ‘스플래시 마운틴’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자리를 ‘공주와 개구리’를 테마로 한 놀이기구로 대체한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디즈니월드가, 같은 해 5월 디즈니랜드가 스플래시 마운틴 운행을 중단했다.
‘티아나의 강 타기 모험’은 여느 디즈니 놀이기구보다도 흑인 색채가 짙게 배었다. 음악도 흑인 재즈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탑승 대기줄 주변 그림은 흑인 여성 화가가 맡았다. 놀이기구의 바탕이 되는 줄거리 일부는 작품이 끝난 뒤를 상상해서 만들었다. 티아나가 세운 식품 회사가 직원들이 주식을 소유하는 ‘우리 사주 조합’ 형태라는 설정도 원작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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