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도 "이거야"…스펀지가 물먹듯, 탄소 먹는 판을 찾았다 [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3. 12. 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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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스타트업 에어룸, 미 에너지부 주관 '프로젝트 사이프러스' 낙점…MS도 계약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트레이시 인근에 12m짜리 석회암 탑을 줄줄이 나열한 공장이 지어졌다. 이 탑의 역할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것.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를 방출했다가 식으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석회암의 성질을 이용한 시설이다. 가열 과정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따로 추출해 콘크리트로 밀봉한 뒤 영구 보관된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탄소 오염 정화할 방법은 이것뿐"
이 기술은 기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과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해 별도 개발된 물질이 아니라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석회암을 이용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풍력장치로 바람을 일으키는 등의 에너지 소모 없이 석회암 탑을 공기 중에 노출시켜놓기만 해도 이산화탄소 포집이 이뤄진다는 것.

석회암 가열은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로 이뤄진다. 화석연료를 이용할 경우 오히려 환경오염이 될 수 있기 때문. 트레이시 공장의 전력공급은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업체로 꼽히는 PG&E가 맡았다. 제니퍼 그랜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트레이시 공장 개공식에서 리본을 커팅하며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대기를 탄소로 오염시켜왔다. 정화하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연설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에어룸(Heirloom)은 26세 노아 맥퀸, 30세 샤샨크 사말라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아이비리그 출신인 노아 맥퀸은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맥퀸은 지난해 8월 시냅스 인터뷰에서 "평소 좋아하던 수학과 과학을 이용해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며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의약품 개발을 할까 했지만 제니퍼 윌콕스 교수를 만난 이후 탄소 포집 기술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윌콕스 교수는 탄소 포집 분야의 선구자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화석연료·탄소감축 수석 부차관보로 재직 중이다.

26세 아이비리그 출신이 기술 개발, 30세 IT 천재가 구현
에어룸 기술은 이론적으로 검증된 기술이다. 맥퀸은 피터 켈레멘 콜롬비아 대학 교수, 그레그 디플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교수, 필 렌포트 헤리엇왓트 대학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2020년 맥퀸 본인이 주 저자를 맡아 논문을 공개했다. MIT리뷰에 다르면 이들은 탄소 포집과 암석 화학반응 분야에서 저명 인사들이다. 맥퀸의 논문은 네이처의 자매 저널 격인 네이처커뮤케이션즈에 실려 주목받았다.
에어룸 창업자 샤샨크 사말라 CEO./로이터=뉴스1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공동창업자 사말라가 맡았다. 트레이시에 설치된 에어룸 공장은 중요 과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다. 로봇 팔이 이산화탄소 포집이 끝난 석회암 판을 꺼내 가마로 옮기고, 이산화탄소 추출이 끝난 판을 다시 탑에 올려놓는다.

인도 출신인 사말라는 20세의 나이로 인공위성, 로봇, 로켓 등 첨단장비에 필요한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템포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템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제작에도 참여했다. 사말라는 2021년 클린테크니카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그저 도구를 만들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는 최약자들이다.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템포 투자자를 통해 탄소 포집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말라는 온실가스 흡수와 산림화 등에 관한 서적을 읽느라 크리스마스 때 집에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학계 교수들과 관련 문제를 논의하다 맥퀸과 연구를 진행한 켈레멘 교수를 알게 됐고, 그를 거쳐 맥퀸, 윌콕스 교수와 파트너가 됐다. 사말라는 "이들과 파트너가 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미 에너지부 주관 '프로젝트 사이프러스' 낙점…MS와 CO₂ 31만톤 제거 계약
에어룸의 관건은 이산화탄소 포집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수익이 확보돼야 사업을 확장해 단가를 낮추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 포집 공장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1톤을 포집하는 데 600~1000달러(80만~1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탄소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가 2021년 에어룸에 제시한 가격이 이산화탄소 1톤당 2054달러.

사말라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업들이 자라나려면 값이 비싸더라도 구매에 나서는 기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룸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이산화탄소 1톤당 50달러(6만5000원)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에어룸은 지난 8월 클라임웍스, 베텔르 등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기업과 함께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프로젝트 사이프러스' 사업을 따냈다. 루이지애나 해안에 매년 2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 다음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지난달에는 탄소 제거 기술 지원 펀드 프론티어와 계약이 성사됐다. MS 건은 에어룸이 향후 수년에 걸쳐 31만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주는 조건이다. 프론티어 건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2만6900톤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계약 규모는 2660만 달러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마스 MS 에너지 및 탄소 담당 수석 이사는 "에어룸의 기술과 사업계획에 따라 규모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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