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건설사들도 공공주택 공급... LH 독점 깬다
앞으로는 민간 건설사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공공주택(청년·저소득층에 싼값에 분양하는 주택) 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또 LH가 자체 사업에서 갖던 설계·감리업체 선정 권한은 다른 공공기관으로 넘기고, 민간 건설현장 감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LH를 포함한 건설산업 전반의 카르텔 혁신 방안을 준비해왔다. 이번 대책은 LH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갖던 독점적 권한을 민간에 개방하거나 다른 정부 부처에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LH가 조성한 공공택지에 민간 건설사가 직접 자신의 브랜드로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LH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이 아파트를 공급했고, 이 아파트엔 LH·SH 아파트 브랜드가 붙었다. 공공주택은 분양가 통제를 받지만 토지를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고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민간 기업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재 공공주택 공급의 72%를 LH가, 나머지는 지방 공기업들이 맡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독점하던 공공주택에 민간 건설사를 참여시켜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LH 전관 업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이권 개입 여지가 있는 업무에서 LH를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설계·시공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으로, 감리업체 선정 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이관한다. 또 LH 2급(부장급) 이상 직원이 퇴직하고 3년 이내에 재취업한 업체는 LH 사업 참여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민간 건설현장 관련 제도 개편도 추진된다. 지금까지 추첨으로 정하던 소규모 주상복합, 상가건물 등의 감리업체를 앞으로는 지자체가 실적과 경험들을 평가해 선정한다. 감리업체로서는 일감을 따려면 감리 업무를 꼼꼼히 해서 평판을 쌓아야 한다. 또 국가인증 제도를 만들어 부실감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유도한다. 부실시공을 차단하기 위해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과 같은 주요 공정은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확인 없이는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한다.
2년 전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조직 개편이나 분리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LH 업무에 단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직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수십 년간 누적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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