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잡다 분양가 띄울라”…정부는 “추가 비용 없다”
건설업계 “공사비 증가할 수밖에”…기술 미흡 중소업체 더 큰 타격
원희룡 장관 “증액 땐 부실시공 방증”…기축 아파트 융자지원 확대
국토교통부가 11일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한 신축 아파트만 준공을 승인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을 예고한 데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현행 기준만 잘 지켰다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대책은 기준 미충족에 따른 보완공사를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성능검사 결과 층간소음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와도, 건설사에 재시공을 강제하기 어려워 입주민들이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층간소음 기준이나 측정 방법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성능검사는 배구공 크기의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려 아랫집에 전해지는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층간소음이 조용한 사무실 수준인 ‘49㏈(데시벨) 이하’로 나와야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강도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층간소음 저감은 주택의 품질 향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건설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보통 건설사는 특정 시점까지 준공을 마치는 ‘책임 준공’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준공이 늦어지면 입주 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도 부담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정한다지만 소음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라며 “소음을 잡겠다고 바닥 두께를 늘리게 되면 공사비가 한없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층간소음 저감 마감재와 설계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상용화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초기 단계라 차음재 원가가 높은 데다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건설사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층간소음 대책이 입주 지연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박했다. 지난해 8월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면서 경량(58㏈)과 중량(5㏈)으로 나누어져 있던 충격음 기준을 ‘49㏈ 이하’로 강화·통일했는데, 이번 대책에서도 이 기준은 유지됐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으로 공사비가 올라간다면 (건설사들이) 그간 기준 속에 들어왔어야 할 비용을 빼돌렸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지난해 8월4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사업부터 적용된다. 아파트는 사업계획 승인 이후 준공까지 통상 3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2025년 준공 예정인 단지들부터 이번 대책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융자 지원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구는 방음매트 시공 비용을 정부가 재정에서 지원하도록 했고,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돼 있어야 받을 수 있었던 바닥 방음 보강공사 융자 지원은 개인이 시공하는 경우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층간소음 개선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한 반면, 층간소음 문제가 더 심각한 기축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직접 대출을 받아 자비로 보완시공을 해야 하는 구조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윤지·윤지원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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