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거래절벽…“매매든 분양이든 싸야만 팔린다”

차완용 2023. 12. 7. 0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물 작년 연말 대비 37.4%↑
거래량 3만5454건, 연초 수준으로
집값 하락세 완연, 강남도 1억~5억원 하락

부동산 거래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집값 급반등에 대한 피로감 등이 누적되면서 주택 구매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가격 인식 차이로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매물은 역대급으로 쌓이고 있다.

청약시장도 마찬가지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공급 가격 적정선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분양지는 치열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 반면, 고분양가 사업지는 미분양이 속출 중이다.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전국 아파트 매물 53만건 '최대'…거래는 5월 이후 '최저'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545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 반등세가 시작된 5월 4만746건 이후 최저치다.

주택시장 소비심리 위축도 심상치 않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15.4포인트 내린 82.8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3월(78.0)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일단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아파트 매물은 53만47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업체가 아파트 매물 건수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치다.

작년 연말 등록된 38만9233건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37.4%(14만5473건)가 증가했으며, 1개월 전(10월 6일)과 비교하면 5.7%(2만8998건) 늘었다. 매물 건수는 서울, 경기도, 지방 등을 구분하지 않고 매일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값 하락세가 완연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11월 27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이로써 전국 집값 상승세는 2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11월 셋째 주 강남이 하락 전환한 데 이어 넷째 주에는 서초까지 내렸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도곡동 '도곡렉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등에서 1억~5억원 사이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간 투자 목적 매매가 다수 포착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경우 하락 거래 비중이 더욱 짙게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상계주공’, 도봉구 ‘삼익세라믹’ 등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3억원가량 하락한 가격으로 최근 거래가 체결됐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수개월간 주택가격이 반등한 것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효과가 컸으나, 주담대가 소진되면서 거래시장이 주춤해졌다”며 “여기에 매물이 과다하게 쌓였고 가격 반등에 따른 매수 심리가 저하된 상태로 당분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분양가로 성패 갈린 12월 청약시장…9곳 중 4곳만 흥행

청약 시장도 차갑게 식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오늘 분양가가 가장 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4분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 속에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만 통장이 몰리는 청약시장 양극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총 9건의 분양이 이뤄졌는데, 이 중 5곳이 미분양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4곳의 분양지 중 2곳은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난 11월에도 수도권에서 분양한 12곳 중 절반인 6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청약통장 모집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은 분양가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곳은 수요가 대거 몰렸고, 분양가가 높으면 철저히 외면받았다.

실제 지난 5일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는 6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3588명이 신청해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주변 단지와 비교하면 약 2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 곳이다.

이외에 이달 청약에 성공한 단지들은 경기도 '오산세교2지구 파라곤'과 충북 청주에서 분양한 '원봉공원 힐데스하임', '청주 가경 아이파크 6단지' 등 3곳으로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