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이브 사옥 뒤에 이런 곳이?” 용산구 한강변 재개발 특별구역, 17년 만에 빛 볼까
동의율 72.5%로 신통기획 접수
한강 조망권에 ‘BTS 상권’까지
“서울 한복판인데 도시가스조차 안 나온다니까요.”
지난 2일 오후, 동작구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용산구 초입에 들어서자 초고층 빌딩 2개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LG유플러스 본사(옛 데이콤빌딩)와 BTS 소속사 하이브(HYBE) 용산 사옥이었다. 최근 천지개벽이라고 일컬어지는 ‘용산의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뒤편으로 가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세아 아파트 공사현장(부영건설) 옆 길을 따라 들어가니, 낙후된 단층 주택들이 밀집해 있었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1층짜리 주택들이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채로 버티고 있었고, 골목마다 ‘막다른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한강 쪽과 붙어 있는 낮은 담벼락 너머로 경의중앙선(국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바로 한강로 3가 65-100 일대 모습이다. 이 곳은 1만7932.60㎡(약 5424.6평)에 불과하지만, 한강 조망권을 확보해 미래가치가 큰 곳으로 통한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재개발 의지도 강하다.
용산구특별계획구역 중 하나인 ‘한강로 3가 65-100번지 일대 특별계획구역’이 최근 용산구청에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특별구역이 신통기획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가칭)한강로3가 65-100 신속통합기획추진위원회(신통기획추진위)’는 지난달 24일 용산구청에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사업 후보지 신청서(사전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다. 추진위는 최근 소유주들로부터 재개발 동의서를 징구해 72.5%의 동의율(토지등소유자수 189명 중 신청 동의자수 137명)을 받았다.
앞서 서울시는 2006년 4월, 이곳을 지하 2층 지상 25층 규모의 아파트 3개동으로 재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세부개발계획 결정 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08년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추진됐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했고, 이른바 지주택파와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개발파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주변 일대가 천지개벽이라고 부를 정도로 탈바꿈했다. 그러다 최근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 방식을 수시 공모로 전환하고 신청 요건 등을 완화하면서 ‘신통기획 접수’에 속도가 붙었다.
문명자 신통기획추진위원장은 “72.5%라는 높은 동의율을 받았다. 용산구 한강변이라는 위치, 노후도 등에 비춰 보면 신통기획 구역으로 확정되는 것은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소유주의 상당수가 의사, 사업가 등 자산가들”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큰 손’들이 일찌감치 들어왔다. 토지대장을 열람해 보면 범LG가(家) 사돈기업인 ‘깨끗한 나라’ 오너 일가인 최윤수 대표와 최정규 이사가 2020년 12월 단층 주택을 매입했다. 인근에 하이브 사옥이 들어오면서 ‘BTS 상권’으로 불리고 있는 것도 호재다. 실제 사옥 앞뒤로 카페와 음식점이 최근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주택 같은 경우는 피해 사례도 많을뿐더러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서 “기부채납 등 공적부담이 있더라도 해당 지역은 신통기획으로 가는 것이 사업 효율성이나 수익 측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했다.
신통기획 후보지로 신청하려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면서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면적 1만㎡ 이상이어야 하고, 노후 동수가 재개발 희망 구역의 3분의 2 이상이면 지정될 수 있다. 노후도 연면적과 주택접도율(폭 4m 이상의 도로에 접해 있는 비율) 등의 선택 요건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돼야 한다. 서울시는 매달 세 번째 목요일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심사하고 있다.
서울시 정비 사업과 관계자는 “반드시 과거 지구단위 계획 해제를 해야만 신통기획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지구단위계획의 목적과 방향성이 현재 개발 취지와 맞으면 된다”라며 “따라서 심사를 할 때 과거 어떤 방식으로 특별구역이 됐는지 과정을 들여다보고 판단하게 된다. 특별계획구역이 신통기획을 접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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