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당국, 두산에너빌리티 분식회계 고의성 입증할 문서 확보···두산측 “손실 시나리오 담은 보고용 문서”
대표에 보고하고도 회계 반영 늦춰
금융당국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3조원에 가까운 해외 발전소 공사를 하면서 늘어난 손실액을 대표이사 등 경영진까지 보고하고도 국책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후에야 회계에 반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유동성 위기를 피하려고 고의로 분식회계(회계사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과징금이 늘어날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발주처와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확정된 후 반영했을 뿐 분식회계도 아니고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고의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21년 4월부터 2년 넘게 두산에너빌리티를 감리하면서 인도 현지법인인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DPSI)가 2016년 말 수주한 2조8000억원 규모의 현지 화력발전소(자와하푸르·오브라-C)에서 발생한 손실을 제때 회계처리하지 않은 정황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재무제표 결산 전인 2020년 초에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실무진이 2019년 기준 손실액과 향후 발생할 예상 손실을 보고한 문건을 확보했다. 재료 단가 등 공사 원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내용을 주기적으로 적은 내부 보고서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 등 두산그룹은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20년 3월 말 1조원을 긴급지원하는 등 그해 총 3조60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제표에 인도 자회사 손실액이 급증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공시한 인도 자회사 순손실액은 2017년 319억원, 2018년 291억원, 2019년 444억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전년보다 8배 가까이 상승한 3314억원으로 공시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서 경영진이 “예상되는 공사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어기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사 손실을 적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법인(회사)이 사전에 손실이 발생할 상황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손실을 반영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을 염려해 의도적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주처와 분쟁 중이라 회계손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가 분쟁이 마무리된 2020년에 확정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금감원과 감리위에 “손실 발생 예상액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였고, 관련 문건은 공시되는 ‘재무회계’가 아닌 내부용인 ‘관리회계’ 자료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고 예상되는 손실을 경영진에 보고했다”면서 “다툼 중에 손실을 인식하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 분쟁을 끝낸 후에 손실을 확정해 반영했을 뿐이고 비용 증가를 숨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회사에 위반액의 2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의 동기가 고의이면 과징금이 많아질 수 있다.
감리위는 오는 19일에 제3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금감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측이 동시에 참석하는 대심제 형식이다. 감리위 심의가 끝나면 금융위 부위원장(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안건을 논의한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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