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장기투자만 할까? 그에 대한 7가지 오해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버핏은 집중 투자를 강조하고 코카콜라, 질레트 등 소비재 산업을 좋아하며 거의 영구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또 버핏은 레버리지 이용을 싫어하고 파생상품을 혐오하며 DCF(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하지 않으며 능력범위 안에만 머무는 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버핏에 대해서 맞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면도 많은데요. '전략적 가치투자'를 쓴 고(故) 신진오 북클럽 '밸류리더스' 회장이 2017년 '버핏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강연에서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버핏의 변화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버크셔 주총에서는 한 주주가 애플이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로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며 버핏의 견해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는 철도회사, 에너지회사, 씨즈캔디 등 온갖 회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애플 비중은 35%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참고로 1분기말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은 46.4%로 질문자가 말한 35%보다 높았습니다.
버핏의 말은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가 아닌,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버크셔 사업 부문을 놓고 보면 애플 비중이 더 낮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9일 버크셔 시총이 약 7800억달러인데, 애플 지분가치가 1600억달러니까 버크셔의 애플 비중은 20%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버핏의 평균 보유기간은 약 27.3개 분기입니다. 거의 7년인데요, 버핏의 대표 투자종목인 코카콜라(1988년~ )는 투자기간이 35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1993년~ )는 투자기간이 30년, 무디스(2000년~ )는 투자기간이 23년에 달합니다.
그런데 버핏이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3분기 버핏은 글로벌 1위 파운드리업체 TSMC 주식을 41억달러어치 매입했지만 반 년도 안돼서 모두 팔아 치운 적이 있습니다. 버핏은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식을 팔았다고 말했는데요,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할 때 마음이 더 편하다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버핏이 1972년 고급 초콜릿업체 씨즈캔디를 인수하고 코카콜라, 질레트 등 소비재 업체에 계속 투자해온 건 맞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금융업에도 끊임없이 투자해왔습니다. 2001년 1분기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도 금융업 비중은 43.1%로 소비재(47%)에 육박할 정도로 컸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재 업종 비중이 낮아졌는데요. 올해 1분기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는 금융업 비중이 22.3%로 소비재 비중(13.2%)보다 높습니다. 버핏이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쉐브론 투자를 늘리면서 에너지업종 비중도 10.7%를 기록했습니다.
IT업종 비중은 무려 49.3%를 기록했는데요, 애플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애플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버핏은 애플을 소비재 기업으로 보고 투자했습니다. 그럼,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을 소비재로 봐야할까요, 아님 IT로 봐야 할까요?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버핏이 소비재를 좋아한다는 말은 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버크셔의 플로트 대부분은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 세계적 재보험사 제너럴리(General Re) 등 보험 자회사를 통한 보험료입니다. 즉,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는 시점과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점 사이에 보험사가 보유하는 돈을 장기 투자 종잣돈으로 활용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1960년대 버핏이 투자했던 블루칩 스탬프(Blue Chip Stamps)는 버핏이 일찍부터 남의 돈을 빌려쓰는 데 관심을 쏟았음을 나타냅니다. 블루칩 스탬프는 슈퍼마켓 등 소매점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쿠폰을 발행하는 회사였습니다. 소비자는 쿠폰을 모아서 나중에 사은품으로 교환할 수 있었구요.
그런데 버핏이 비난한 건 금융공학의 결과로 탄생한 무분별한 파생상품입니다. 버핏은 1998년 재보험사 제너럴 리를 인수하고 나서 2만건이 넘는 파생상품 계약을 오랜 세월에 걸쳐 정리하면서 치를 떤 적이 있습니다. "당신을 잘 알고 나니, 나의 애정이 예전과 같지 않구려"라는 컨트리 곡 가사로 버핏은 파생상품 계약을 정리한 후의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런 버핏이 파생상품 계약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2000년대 중반에 S&P 500 지수에 대한 풋옵션을 매도한 겁니다. 만기기간이 15~20년에 달할 정도로 긴 초장기 파생계약이었습니다. 버핏이 S&P 500지수에 대한 풋옵션을 매도했다는 건 미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에 베팅했다는 겁니다. 버핏 다운 베팅이지요.
버핏이 DCF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버핏도 DCF를 활용합니다. 지난 3월 '워런 버핏: 투자자와 기업가'(Warren Buffett: Investor and Entrepreneur)을 출판한 토드 핑클 미국 곤자가대학 교수는 버핏에게 기업 가치평가를 사용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 버핏이 "DCF"라고 대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닙니다. 버핏은 끊임없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능력범위를 넓혀왔습니다. 능력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종목 중 하나가 아마존과 구글입니다. 버핏은 일찍부터 아마존을 지켜봤지만, 아마존에 투자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특히 제프 베이조스가 소매와 클라우드 서비스 두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점에 찬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구글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버핏의 능력범위 확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는 IBM과 애플 투자입니다. 그때까지 IT기업에 투자하지 않았던 버핏은 2011년 IBM주식을 107억달러어치 매수합니다. 버핏의 기대와 달리 IBM 실적은 하락했고 2018년 버핏은 거의 본전에 IBM을 모두 처분합니다. IT업종으로의 1차 능력범위 확대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버핏은 2016년 1분기부터 애플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IT업종으로의 2차 능력범위 확대 시도입니다. 2017년 버크셔 주총에서 한 주주가 기술주 전문가가 아니라면서 왜 기술주에 투자하는지 묻자, 버핏은 경제 특성 면에서 애플을 소비재회사로 간주하며 IBM과 애플 두 종목에서 모두 실패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이때 옆에 있던 찰리 멍거 부회장은 버핏이 애플을 매수한 건 매우 좋은 신호라면서 "버핏이 미쳤거나 지금도 배우고 있다는 신호"이며 자신은 배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멍거의 예측은 옳았습니다. 버핏이 애플에 투자한 311억달러는 약 1600억달러로 불어나며 버크셔 최대의 성공투자가 됐습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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