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감" 전세계 뒤흔든 LK-99, 단순 자석? 그래도 박수받는 이유

이유정 2023. 8.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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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관련 논문 공동저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매리대학 연구교수가 아카이브 연계 비디오캐스트인 사이언스캐스트에 올린 LK-99의 모습. 사이언스캐스트 캡처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호프 화이트록은 며칠 전 아침 일찍 동료 연구자들이 오가는 연구실 복도를 향해 머리를 내밀고 소리쳤다. “내 연구 결과에 이상한 것 있는지 누가 크로스 체크 좀 해줄래요?”

전 세계 물리학자들, 화학자들은 최근 몇 주간 이처럼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말 과학 논문 웹사이트 아카이브에 등장한 ‘최초의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를 실험실에서 재현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포스트(WP)의 과학 담당 기자 캐롤린 존슨은 9일(현지시간)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LK-99 사태를 되짚었다.

매체는 이번 사례가 특정 과학적 발견에 대한 대중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초전도체에 대해 전에는 들어본 적 없었던 이들이 이 기술의 잠재적 파급 효과를 언급하면서 SNS 바이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다.

반면 과학자들은 과학적 연구와 실험에 근거한 검증에 몰두해 이 같은 흥분을 가라 앉히는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초저온, 초고압에서만 구현된 초전도체의 모습.


실제 X(엑스, 옛 트위터)·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전기저항 제로(0)의 꿈의 물질 초전도체를 비교적 간편한 방식으로, 상온 상압에서 최초로 구현했다는 소식에 일반인들은 열광했다. “자기 부상 열차가 생길 거다”, “초전도체 앞에서 인공지능(AI)이나 챗GPT는 유물이 될 것”이라거나 “노벨상은 떼놓은 당상”, “한국이 지구의 문제를 해결했다” 등 각종 밈이 쏟아졌다. 초전도체 관련주에 관심이 집중되며 주식 시장까지 들썩였다.

WP는 그러나 “각국 과학자들의 연구와 실험을 거치며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닌 단순 자석으로 판명 중”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물질을 검증한 결과 초전도체의 두 가지 특징인 전기 저항 제로, 물체가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 두 가지 모두 불충분하다는 결론이 속속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8일 웹사이트 기사를 통해 “상온 초전도성 주장의 짧고 화려했던 수명”이라며 “인터넷으로 치솟았던 명성이 2주 만에 지구로 다시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9일 저녁 ‘LK-99는 초전도성이 없다’는 각국 과학자들의 후속 연구 논문 십여개가 무더기로 아카이브에 올라오면서 논쟁은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초전도체(superconductors)가 뜨고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인공지능(AI)은 가라앉는다는 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인도, 중국 연구진들이 각각 재현을 통한 검증 작업에 돌입했으나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란 결론이 나왔다. 단 논문의 공동 저자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는 “샘플 제조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네이처도 4일 “소셜 미디어는 새 물질에 대한 잡담으로 떠들썩하지만 과학자들은 과대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전했다.

이에 관해 WP는 “대중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실망하겠지만, 이번 일은 좌절과 거리가 멀다”면서 “초전도체를 만들어내고 이해하려는 탐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 점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필립 필립스 미 일리노이대 물리학 교수는 WP에 “이런 일들은 정말로 물리학자들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든다”며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핸든 미 오리건대 화학과 부교수는 “대부분 과학은 실패하는 경우가 그 반대보다 많다”면서 “ LK-99이 과학적 실험의 경로를 따랐다면 이번 실패는 놀랍지 않다. 이게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생애 최대 발견!” 美프린스턴 물리학도가 알렸다


미 프린스턴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알렉스 카플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올린 트윗글. "내 생애 최대 발견을 오늘 한 것 같다. 사람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올렸다. 이 글 이후로 LK-99 발견 소식이 트위터 등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 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한국 연구진들은 과학 학술 웹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 초전도체 최초 발견’ 주장을 담은 논문 두 편을 올렸다.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은 이 논문에서 한국 연구진들은 구리와 납, 인산염 등을 합성한 물질인 LK-99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체의 특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26일엔 LK-99가 자석 위에서 반쯤 떠 있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이 무렵 X에서 LK-99의 폭발적인 바이럴을 이끌어 낸 인물이 있었다. 미 프린스턴대 물리학도 출신의 스타트업 사업가 알렉스 카플란이다. 카플란은 프린스턴 졸업 후 냉동 커피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X에 “오늘 내 생애 최대의 물리학적 발견을 알게된 것 같다. 사람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겠다”며 LK-99 논문을 처음 알렸다. 그는 프린스턴의 동문들에게도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그의 첫 포스팅은 3000만명이 넘게 봤고, 2만 8000명이 퍼갔다. 댓글은 2500여개가 달렸다.

이후 카플란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상온·상압 초전도체 발견의 의미와 과학자들의 후속 검증 결과들을 X에 생중계하며 의미를 해석했다. 과학자들의 흐름을 따라가던 그 역시 지난 7일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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