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 영화 부진의 반복…"열악할 수 밖에 없는 구조" [D:영화 뷰]
'신과 함께'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김용화 감독도 한국 영화계 불모지로 불리는 SF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작비 280억 원을 들여 한국형 SF 영화의 새 지평을 열고자 했으나 개봉 일주일 동안 50만 관객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선 600만 관객을 넘어야 하는 만큼 처참한 성적표다.
국내에서 SF 영화는 오래 전부터 성공하기 힘든 장르로 여겨졌다. 소재와 스토리텔링 면에서 장르에 특화된 상상력이 부재했고, 이미 국내 영화 시장에 다양한 장르와 주제가 자리하고 있어 SF가 차지할 수 있는 새 공간 자체가 협소했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영상이나 촬영 불가능한 장면, 실물을 사용하기에 문제가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법인 VFX 발전으로, 기술적 성취를 내세워 넷플릭스 '승리호', '고요의 바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 SF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더 문'은 한국 최초 달 탐사로 한 우주영화로, 한국 영화 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기술력들을 보여줬다. 단순히 VFX 뿐만 아니라 나사(미항공우주국)에서 쓰이는 물건들을 똑같은 재료와 재질을 사용해 우주선 세트를 만들었으며, 영화적 체험을 위해 영화 전체를 고해상도인 4K로 출력했다.
특히 광활한 우주 장면에서 달의 빛의 세기나 방향, 질감 , 음향효과까지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었다. SF 영화는 시각적인 효과를 비롯해 상상력을 동원해 세트부터 소품까지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작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더 문'도 28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했다. 이는 '더 문' 뿐만 아니라 SF 장르 영화들의 해당사항이다. '승리호'는 240억 원, '고요의 바다'는 300억 원, '외계+인' 1부 300억 원, '정이'는 20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SF 영화들을 경험해 왔다. 신기할 것도, 참신할 것도 없는 이야기로는 더 이상 경쟁하기가 힘들다. '더 문' 역시 높은 기술력은 한국 영화의 발전을 보여주는 현주소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야기는 고루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진행한 '더 문' GV에서 "기대보다 관객분들이 ('더 문'을) 덜 사랑해 주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SF 영화 시장이 열악하기 때문에 그 벽을 깨보자 시도는 했는데, 그것에 비해 아직 관객들이 한국 SF 영화를 대하는 거리감이 상당한 것 같다"라고 흥행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복되는 한국형 SF 영화의 실패는 'SF 영화의 성공지' 할리우드와 국내 영화 시장의 규모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2~300억 원은 실패하면 큰 손실로 이뤄지며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금액이다. '더 문'도 280억 원을 들였지만 실패 위기에 놓이자 한국 영화 시장이 다시 경색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할리우드는 2~300억 원 투입은 저예산 수준이다. 국내에서 사랑 받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1300억 원, '마션'이 1400억 원', '듄'은 19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김용화 감독이 '더 문'을 가성비 높은 영화라고 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우리나라 블록버스터 제작비 정도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적게 안고 제작할 수 있어 꾸준한 도전과 실험적 시도로 이어진다. 이는 SF 영화 내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순환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들은 절대 실패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어, 한국형 SF 영화들이 모험보다는 대중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으로 규모의 한계를 깨고 있지만, SF 영화를 만드는 시도 자체가 도전이다 보니, 내구성을 담당하는 이야기 면에서는 안전함을 추구해 참신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영화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과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은 관람 환경과 규모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더 문'은 흥행하기 힘든 시기에 개봉했고, 이야기 자체도 현재 관객들과의 감성에 맞지 않는다. 부정할 수 없는 패착 요인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와 비교만 할게 아니라 작은 한국 영화 시장 내 구조 문제를 이해하고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한국형 SF 영화들을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 '더 문'의 흥행 실패로 기술적 성취는 가려지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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