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도 안아프네’…코로나 무증상자에게만 있는 이것 [사이언스라운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코로나 무증상 확률을 최대 8배까지 높여주는 변이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SCF) 질 홀렌바흐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골수 기증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 3만명의 참가자를 등록했다.이 참가자들은 15개월의 연구기간동안 코로나 양성 판정 여부와 감염증상에 관련된 내용을 연구진에게 보고했다.참가자들의 보고를 종합한 결과 연구기간 동안 코로나에 감염된 참가자는 1428명이었고 이 중 136명이 무증상이었다.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무증상 감염자들에게 HLA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HLA는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침입자의 펩타이드 조각을 면역계에 보여주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T 세포가 침입자에게 대항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 중 특정 HLA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에 걸려도 무증상일 확률이 다른 사람들 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특히 변이 유전자를 양쪽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두 개를 보유한 경우에는 무증상의 확률이 8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HLA 변이 유전자가 어떻게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를 만드는지 알아내기 위해 한 번도 코로나에 노출된 적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HLA 변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가진 HLA 변이는 코로나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코로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특정 HLA 변이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일반 계절성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과 더 비슷하게 인식하게끔 해 더욱 강력한 항바이러스 반응을 촉발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때문에 계절성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는 HLA 변이 유전자 보유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이미 가지고 있고 감염 후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면역 유전학자들은 이 발견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과 차세대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릴랜드 프레데릭 국립암연구소의 면역 유전학자 메리 캐링턴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은 유전적 변이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기여한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향후 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책임자인 홀렌바흐 박사 역시 “HLA 변이는 코로나19 무증상 이면에 있는 유전자 수수께끼의 한 조각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면역 반응에 대한 이 연구가 향후 새로운 치료법과 백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체내 바이러스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들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 무증상 감염에 대해 많은 부분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감염기간이 유증상자와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오히려 무증상자는 자가격리 또는 다른 확산 방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증상자보다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 사례 중 약 25%는 무증상 감염자에 의해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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