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존 게임’ 된 잼버리… 유럽 참가국, 우리 정부에 항의 서한…학부모 항의 빗발쳐
지난 2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 때 스카우트 대원 100여명이 어지럼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등 폭염 속 참가자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잼버리에 참가하는 스카우트 대원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고, 대회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와 잼버리가 시작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예고된 사태’에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참가국 중 유럽의 한 국가가 우리 정부에 잼버리 운영 관련 우려가 담긴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잼버리 부지가 간척지이고 평평해 배수가 잘 안 되는 데다 사방이 트여 폭염에 취약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6년 전 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하기까지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럽의 한 국가는 잼버리 기간 폭염과 폭우 등의 위기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잼버리 첫날인 지난 1일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보도된 우려 사항이 담겼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론 폭염에 노출될 아이들과 폭우에 취약한 야영지, 의료문제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서한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우리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잼버리 관련해선 조직위원회에 문의해주기 바란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앞서 정부는 폭우와 폭염 등 잼버리 기간 재난 대비를 빈틈없이 했다고 강조했다. 영지 내부와 외곽 배수로를 정비, 100개의 간이펌프를 설치했고 덩굴 터널과 그늘 쉼터 1720곳 등 영내 그늘 시설을 조성했다. 잼버리병원과 5개 협력병원에서 적시에 진료·치료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도 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해당 국가가 지적한 문제에 대한 이런 대비책을 충분히 설명했고, 결과적으로 그 국가에서 온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잼버리 개막날 불참을 결정하는 불상사는 막았다.
그러나 잼버리 시작 전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끊이지 않고, 열악한 시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잼버리 현장에선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밤에는 벌레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 등 시설 문제, 미흡한 준비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한 잼버리 참여 학생 학부모는 “낮에 체감온도가 40도였고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온 애들도 있는데 (개영식 때) 내외빈 입장에 모두 일어나 달라고 해 쇼킹했다”라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음료수와 화장실, 샤워실이 다 문제”라며 “샤워시설이 부족하고 천막으로 돼 있다. 전기가 안 들어온 데도 있었다고 한다”며 “사고가 터지고 문제를 분석할 게 아니라 사전에 방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개영식에서 108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두통과 복통, 근골격계 손상 등의 유형을 포함하면 개영식 관련 환자는 모두 139명에 달한다. 소방 당국은 개영식이 끝날 때쯤 여러 명이 쓰러지자 긴급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조직위원회에 부대 행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WOSM) 페이스북에도 “음식, 위생, 그늘 부족 등의 모든 문제로 잊을 수 없는 부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인 참가자들과 그 가족들도 “행사 끝나고 씻는 물이 나오지 않아 새벽 2시까지 못 씻고 있다고 한다”며 “화장실은 관리가 안 돼 역겨워 사용 못 할 정도이고, 밥은 양이 적으며 매장에서는 물건을 비싸게 판다. 외국인 친구들이 욕한다는데 너무 창피하다”고 썼다. 대회 중단을 요청하는 글도 적잖게 나오는 실정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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