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소셜 택소노미는 양날의 검

2023. 7.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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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공학박사·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전문위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는 어려운 단어가 참 많다. 소셜 택소노미가 그렇다. 이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그린 택소노미를 꺼내보자. 그린 택소노미란 녹색(Green)과 분류체계(Taxonomy)의 합성어로, 무엇이 녹색 활동인지 정의한 목록이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이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한 이후, 한국도 2021년 12월 발표했고 각국에서 후속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원화 녹색채권 발행·투자시 약 100페이지 분량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Green Taxonomy)를 의무준수하고 있다. 글로벌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정부의 기민함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소셜 택소노미로 돌아와보자. 소셜 텍소노미는 사회적 활동을 규정한 분류체계다. 지난 해 2월 EU 발표 이후, 한국 정부도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과 소셜 택소노미 개발에 착수했다. 그린 택소노미가 정착되어가니 소셜 택소노미가 바톤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그런데 생각보다 EU에서도 소셜 택소노미 진행이 매우 더디다. 그린 택소노미와 달리 도입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금융기관 반대가 거세다고 한다. 소셜 택소노미가 개발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이유다.

우리도 잠시 멈춰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에게 소셜 택소노미가 왜 필요한가? 어떤 목표를 위해 만드는가? 이것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그린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뚜렷한 정책적 목표와 필요성이 있고, 2050년이라는 시간제한도 명확하다. 당장 목표 달성을 위해 제한된 자본이 집중 투자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운용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또, 녹색산업은 비녹색산업보다 자산 건전성, 투자 수익성 등 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이 우수하다는 연구자료들이 나오고 있고, 기후위기는 인류생존 이슈이기에 우리 삶에 직결된다. 위 질문 모두 충족하기에 그린 택소노미 도입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반면에 소셜 택소노미는 국제사회 공동의 명확하고, 정량적 목표와 시간제한이 없다.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도 그렇다. 소셜 택소노미에 속한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이 더 우수하다는 근거도 부족하다. 오히려 소셜 택소노미의 엄격한 평가 기준 때문에 지원대상이 축소되고, 금융접근성이 악화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운용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단순한 목록이기는 하지만,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사회적 채권 가이드라인에서 제공하는 분류체계 만으로도 운용상 큰 문제는 없다. 즉, 그린 택소노미처럼 엄격하고, 복잡한 제도 운영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소셜 택소노미는 우리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일관된 정책 및 금융지원을 위해 무엇이 사회적 활동인지를 규정한 한국형 단일 기준은 있어야 한다. ICMA 목록이 다소 모호하거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셜 택소노미는 '엄격성'보다 '포용성' '접근성'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인정기준은, 사회적 금융 확대를 위해 만든 소셜 택소노미가 오히려 사회적 금융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셜 택소노미 대상 확대, 평가기준 완화 및 행정 간소화 등 그린 택소노미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유럽과 우리 기업이나 금융 환경은 동일하지 않다. 국내 환경에 맞는 소셜 택소노미 운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전유물이던 사회적 채권 발행이 점차 기업으로 확대되는 초기 시점임을 고려, 활성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규제가 아닌 지원이 정책 키워드가 되면 제도 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설 택소노미는 양날의 검이다. 사회적 금융을 촉진하고자 만드는 소셜 택소노미가 오히려 사회적 금융 진입장벽이 되면 안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지금이라도 돌다리를 충분히 두드리며 가자. 소셜 택소노미의 부정적 효과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살피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나가면 좋겠다. 기업도 이제 사회적 금융에 관심을 갖고 ESG활동을 넓혀 나가길 기원한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부장(공학박사·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전문위원) yuinsik@ib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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