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조율 아닌 공세적 TF…여당 ‘분열 정치’
논란 사안마다 여론전 매진…“책임정치 아니다” 지적
국민의힘이 25일 가칭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기로 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김기현 지도부 출범 후 5번째 TF다. 여당이 다수의 TF를 통한 여론전에 몰두하면서 갈등을 조율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민단체의 허울, 탈을 쓰고 피해자와 국고보조금을 담보로 (활동)한 시민단체들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전반적 점검을 위해 시민단체 정상화 TF팀을 발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경기도로부터 7억여원의 보조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사회적 갈등이나 논란이 발생한 사안마다 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세사기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9일), ‘김남국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16일)을 구성했다. 지난 24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TF’를 구성하고 협조하기로 했다.
TF들의 활동은 주로 정치적 공세와 여론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민단체 정상화 TF 역시 안 회장이 보조금을 받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다는 점을 고리로 정치 공세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세사기 TF 위원장인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0일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이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며 집값과 전셋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바다 지키기 TF가 초청한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후쿠시마 물 1ℓ가 아니라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김남국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전반의 문제라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검토하는 공공질서 TF는 “문재인 정부의 위축된 공권력 행사를 정상화하겠다”며 시위 문제를 정치 쟁점화했다.
국민의힘이 TF를 통한 대응에 적극적인 이유는 민주당에 원내 의석수에서 밀린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0년 21대 국회 초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발족한 TF와 특위는 한때 16개에 달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여야 협상의 실패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독식하자 TF를 통해 정책 주도권을 쥐고자 했다. 다만 야당이던 당시와 달리 여당이 된 지금까지 TF를 통한 여론전에 매진하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이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여당은) 힘들 때마다 전 정부 비교, 민노총 타도, 마약 척결, 이 세 가지 시리즈로 계속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갈등 조율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권 초창기에 약간의 갈등과 마찰이 있더라도 분명한 원칙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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